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인근의 한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러시아 진영을 향해 날릴 155mm M777 곡사포탄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총 2조8000억 원 기금 활용 탄약 구매 계획
韓·美 등 ‘EU 역외구매’ 방안 포함도 주목
우크라, 우방국 우려할 속도로 포탄 소진 중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유럽연합(EU)의 ‘탄약 공동구매’ 계획이 이르면 20일(현지시간) 발표할 전망이다.

EU의 공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벨기에 브뤼셀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주재로 외교·안보 사안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각 회원국 외교·국방장관들이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및 EU 무기 재고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날 회의 초점은 에스토니아 제안을 토대로 보렐 고위대표가 최근 회원국들에 제안한 유럽평화기금(EPF) 총 20억 유로(약 2조8000억 원)를 활용한 탄약 공동구매 계획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20억 유로 가운데 10억 유로는 기존 탄약 재고 또는 구매계약 진행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회원국 측에 지급하고, 나머지 10억 유로는 회원국들이 탄약을 공동구매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방안이다.

앞서 EPF 기금 20억 유로 활용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회원국 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구매계약을 체결할 방산업체를 선정하는 문제 등 세부적인 기금 활용 방안을 두고 일부 이견이 아직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그리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EPF가 EU 회원국의 기여로 마련된 기금인 점 등을 들어 EU 혹은 유럽에 기반을 둔 방산업체와 계약으로만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EU 역내의 방산업체만으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필요한 물량과 회원국들의 무기고를 다시 채우는 데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에 다른 회원국들은 EU 이외 지역 방산업체와 탄약 공동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EPF 기금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EU의 공동구매 논의에는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도 이미 참여하고 있으며, 이 역시 노르웨이 방산업계가 탄약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량 문제가 심할 경우 EU나 유럽을 넘어 제 3의 지역 방산업체와도 조달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익명의 EU 당국자를 인용해 "유럽 방산 업계가 필요한 만큼 (탄약을) 생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만약 신속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경우, 제3국을 고려하는 방안이 허용돼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잠재적 비EU 공급지역으로 미국 및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공동구매 추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최근 하루 수천 발의 포탄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등 우방국에서조차 오히려 탄약 고갈로 우크라이나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의 속도로 우크라이나의 포탄이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