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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일뿐

  • 입력 2023-03-20 08:55
  • 수정 2023-03-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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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카페 -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24) 챗GPT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정약용 ‘기예론’

기술은 인간만의 생존수단
인간으로 살수있게 만들어

AI가 고도로 발전한다면
인력을 대체할 순 있겠지만
기술이란 본질 바뀌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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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이다 싶으면 자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임을 감안하면 드론의 최초 발명자도 중국인이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묵자’라는 오래된 고전에 3일간이나 하늘에 떠 있었다는 인공 까치 얘기가 전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2400여 년 전쯤 공수반 또는 노반이라 불리는 당대 최고의 장인이 나무로 만든 까치였다. 그러한 인공물이 사흘간이나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하니 오늘날로 치면 영락없는 자율주행 드론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에 대해 비판적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옛날 송나라에 빼어난 조각 기술을 지닌 장인이 있었다. 그는 군주를 위해 3년에 걸쳐 벽옥으로 닥나무잎 하나를 조각했다. 실물과 똑같은 모양인데다 생기도 머금고 있어 실제 잎들과 섞어 놓으면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군주가 엄청 감동해 장인을 크게 우대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한 학자가 말했다. “식물에게 3년 만에 잎 하나씩 달리게 하면 잎 달린 나무는 매우 적게 될 것이다.” ‘열자’와 ‘한비자’라는 고전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일지라도 실질적 쓰임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하늘을 사흘간이나 날아다닌다고 해 무슨 쓸모가 있냐는 문제 제기다. 기술은 모름지기 실질적 쓸모로 이어져야 한다는 관념으로, 이를 뒤집으면 쓸모 있는 기술은 배척할 이유가 없게 된다.

‘하늘이 동물에게 발톱과 뿔을 주고 단단한 발굽과 날카로운 이, 독을 주어서 동물들로 각기 욕구를 채우게 하고 해악을 막을 수 있게 했다. 반면 사람은 털이나 껍질이 없어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워 삶을 도모해갈 수 없을 성싶다. 어찌 하늘은 천하게 여기는 것에는 후하게 베풀고 귀하게 여기는 바에는 박하게 했을까. 이는 사람이 슬기로운 헤아림과 정교한 사유를 지니게 함으로써 기예를 익혀 스스로 삶을 도모해갈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정약용, ‘기예론’)

기술은 하늘이 인간이란 존재를 만들었을 때 함께 부여해준 인간의 생존수단이었다는 통찰이다. 호랑이에게서 발톱과 이빨 등을 빼면 더는 호랑이가 아니게 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기술을 빼면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기술은 인간을 인간으로 살 수 있게 해준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시시대든 디지털 대전환이 진행 중인 지금이든 ‘인간’이라고 쓰고 ‘인간+기술’로 읽어야 했다.

지난 몇 달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3.5버전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도 적잖이 들썩였다. 기술적 높이에 감탄하는 소리와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가 꼬리를 물었다. 며칠 전에는 4.0버전이 출시되었다. 감성과 지성, 도덕성같이 인간에게 고유하다고 여겨져 온 역량의 구현 가능성 등을 놓고 더욱 들썩일 듯싶다.

그런데 설령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고 해도 AI는 어디까지나 도구로 구현된 기술이다.

AI가 아무리 진보해도 그것은 인간의 사용을 기다리는 기술일 뿐이라는 얘기다. 인류 역사에서 기술은 항상 무언가를 위해서 존재했다. 그렇듯이 AI도 자신을 위해 존재하거나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 진보된 AI가 인력을 대체하기도 하고 인간을 AI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시킨다고 해도, AI가 기술이라는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 기술이 인간다운 삶을 빚어낼 수 있게끔 한 것처럼, AI 또한 인간의 진보를 추동할 수 있는 기술의 하나일 따름이다.

하여 관건은 ‘나’가 AI라는 기술을 인간다운 삶의 구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구비할 것인가로 치환된다. AI의 진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그것을 사용하는 나의 역량도 지속적으로 키워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렇듯 평생학습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활짝 열렸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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