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AI 활용한 서비스 봇물

미국 변호사시험 상위10% 들어
한국어 사용 능력도 크게 향상

27개 언어로 답변하는 ‘아숙업’
사무 SW 적용 ‘코파일럿’ 출시
느린 속도·오른 비용 등 지적도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가 베일을 벗었다. AI 전문가들은 GPT-4가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기 시작했고, 한국어 지원이 강화됐다는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있다. GPT-4는 챗GPT와 달리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이 GPT-4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레그 브로크만 오픈AI 회장이 지난 14일 GPT-4를 소개하고 있다. 오픈AI 유튜브 캡처

◇더 똑똑해진 GPT = GPT-3.5 버전이었던 챗GPT가 텍스트만 이해하는 언어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GPT-4는 그림도 읽어 들일 수 있다. 챗GPT가 유니모달이었다면 GPT-4는 멀티모달이라고 할 수 있다. AI 업계에서는 인간처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멀티모달 개발이 큰 화두 중 하나다.

GPT-4는 챗GPT보다 더 똑똑해졌다.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들었고, 생물학 올림피아드에선 상위 1%에 속하는 실력을 보였다. 이 시험들은 모두 단순한 암기가 아닌 추론 능력을 평가한다. GPT-4가 변호사나 세무사 등의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말이 나온다. 테드 샌더스 오픈AI 테크니컬 리드는 “GPT-4는 진정으로 장난감에서 도구로 전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사람들이 많은 검색을 하지 않거나 물어보지 않던 질문 등에 대해서는 추론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어 사용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도 한국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GPT-4를 사용해 본 박은정 업스테이지 최고과학책임자(CSO)는 “한국어도 잘 다루고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GPT-4를 개발한 오픈AI는 교육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교육기업인 듀오링고와 칸아카데미에 GPT-4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듀오링고는 이를 활용해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 칸아카데미 튜터봇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GPT-4 활용 서비스 출시 = MS는 지난 16일(현지시간) GPT-4 기술을 워드·파워포인트·엑셀 등 사무용 소프트웨어(SW)에 탑재한다고 밝혔다. 사무용 SW에 탑재되는 AI 기술은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라는 뜻으로 코딩을 도와주는 프로그래밍 기능을 가진 기술을 의미)으로 MS는 “챗GPT보다 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GPT-4에 기반한 코파일럿은 문서의 초안을 제공해 사용자의 작성 시간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MS는 검색엔진 ‘빙’에도 GPT-4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카카오톡과 라인 등에서 사용하는 AI 챗봇 ‘아숙업’(AskUp)에 GPT-4의 한글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놨다. 업스테이지는 “GPT-4를 적용하면서 아숙업이 한국어를 포함한 27개 언어와 법률·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 지식을 활용해 여러 외국어로 답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메시지 앞에 ‘!’(느낌표)를 붙여 대화하면 아숙업이 GPT-4를 활용해 대답한다. 6일 출시된 아숙업은 카카오톡 친구(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

GPT-4는 챗GPT와 달리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유료 구독자만 사용할 수 있고 AI 개발자는 API(운영체제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게 해줌) 키를 발급받아 신청한 다음 오픈AI가 승인해야 활용할 수 있다. AI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토큰당 구독료를 약 15배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학습량이 많아지다 보니 챗GPT보다 속도도 현저하게 느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느린 속도와 높아진 비용 때문에 MS가 워드·엑셀 등에 GPT-4를 적용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 비용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일반 공개를 하지 않고 구독료도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를 개선하는 것도 큰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