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포스코그룹이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한 ‘포스코 수소 월드’ 특별전의 전경(위 사진). 특별전 수소시너지존에 설치된 수소환원제철의 모형(아래 왼쪽)과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포스코그룹 제공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7) 포스코

대형 고로 갖춘 亞 철강사 최초
‘2050 탄소중립’ 계획 공식발표

‘하이렉스’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 원천차단 나서

‘기존 고로 대체’ 전환 단계에선
전기로 등 활용 저탄소철강 생산

포스코는 산업·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변혁기에 탈(脫)탄소·그린철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중립 관련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민첩한 시장 대응을 통해 미래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대형 고로 생산체제를 갖춘 아시아 철강사 중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친환경 생산·판매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1단계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원료 대체, 2단계에서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탄소포집저장 활용(CCUS) 기술 적용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 기존 파이넥스(FINEX·유동환원로와 용융로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 고유 기술)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통한 이산화탄소(CO2) 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철강제품 생산 과정에서 CO2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환원제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만드는 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2028년까지 100만t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완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검증을 마쳐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는 수소환원제철용 수소의 안정적 확보와 친환경 수소발전연료 전환 등을 위해 수소사업 신시장을 개척한다.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수소 공급망 구축과 핵심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2050년까지 700만t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저탄소 철강제품 생산 위한 브리지(Bridge) 기술 개발 = 수소환원제철 상용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 인프라 확보 등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기존 고로 공정을 대체하는 전환 단계에서도 다양한 탄소 감축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탄소중립 전환기의 기술로 고로, 전기로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해 저탄소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브리지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중단기적으로는 고로 등 기존 설비 기반의 탄소 감축을 시도하고, 전기로 신설을 병행해 저탄소 체제로의 본격 전환을 준비한다.

포스코는 저탄소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공급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용수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은 지난달 서호주를 방문해 로저 쿡 서호주 부총리, 딘 머드포드 개발청장, 빌 존스턴 광업부 장관 등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서호주 HBI(Hot Briquetted Iron)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1월 마크 맥가윈 서호주 총리가 방한 후 첫 기업일정으로 포스코를 찾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수소·핵심광물 투자 등 미래 신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제품이다. 전기로 조업 시 고급강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호주에서 HBI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미 지난해 5월 서호주 정부에 항구 도시인 부다리 전략산업단지 부지 임대를 신청해 부지 할당을 승인받은 상태다. 김 본부장은 “서호주는 HBI뿐만 아니라 수소, 리튬, 니켈 등 포스코그룹 미래 사업의 원료 조달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HBI 사업 추진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 1기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 전기로는 내년 1월 착공해 202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전기로 투자는 탄소중립을 향한 포스코의 실질적인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직접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을 적용해 기존 고로 방식 대비 CO2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50 탄소중립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하면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은 그린철강 달성을 위한 철강사들의 최종 목표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다수 철강사들은 고품위 철광석이 필요한 ‘샤프트 타입’ 환원로를 개발하는 추세지만, 포스코는 하이렉스 방식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척하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유동환원로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풍부한 분철광석을 별도 가공 공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고, 환원가스 중 이미 일부 수소가 포함돼 있어 수소환원으로의 전환이 용이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기술의 근간이 되는 유동환원로로부터 연산 150만t과 2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이넥스 2기를 성공적으로 가동 중이며, 기존에 쌓아왔던 개발·설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렉스 기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영국 플랜트 건설사 프라이메탈스와 데모플랜트 설립을 위한 공동 엔지니어링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담당 상무는 “고유의 하이렉스 기술을 상용화하고 단계적인 설비 전환과 수소, 에너지 등 친환경 밸류체인을 구축해 저탄소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적극 추진해 기존 전통의 철강 산업을 ‘친환경 블루오션’ 사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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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