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근육질 몸’에 대한 선망이 커지면서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복근이 선명한 근육질 몸매 남성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횡문근융해증’ 환자 급증

‘근육질 보디프로필’ 사진 유행
무리하게 PT 몰두하다 근육통
환자 30%이상이 2030 젊은층
“힘 풀릴 정도까진 운동 말아야”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슬기(여·22) 씨는 최근 피트니스센터에서 고강도 운동을 한 후 근육통을 호소했다. 운동이 처음이라 그럴 것이라며 참았지만 날이 갈수록 고통은 커졌고, 결국 병원에서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아 일주일간 입원까지 했다. 박 씨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질병이라 당황스러웠다”며 “단순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병이라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김수희(여·25) 씨도 지난 1월 크로스핏을 시작했지만 이내 근육통을 호소한 후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았다. 김 씨는 “SNS에 #오운완(오늘운동완료) 태그 한 번 달려다가 운동을 아예 못하게 됐다”고 했다. 무리한 PT로 횡문근융해증에 걸린 유모(21) 씨는 “오른쪽 팔이 뽀빠이처럼 부풀어 오르고, 혈액 검사에서 간 수치가 1000 이상(정상 40 이하), 근육수치는 1만7000 이상(정상 300 이하)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근육질 몸’이 미디어와 SNS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를 따라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횡문근융해증 등 각종 운동 부작용을 호소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증가하고 있다.

서바이벌 예능 ‘피지컬 100’ 출연자, 헬스 유튜버 ‘힙으뜸’ ‘김계란’ 등 근육질 몸매의 일반인과 스포츠 선수들이 인기를 얻자 MZ세대들도 고강도 근력운동을 찾고 있다. 이들은 크로스핏, PT 등을 등록해 근육 만들기에 몰두한다. 운동 후에는 SNS에 #오운완 해시태그를 달아 사진을 올리고 근육질 몸을 기념하는 보디프로필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질병이나 부상을 입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상호 정형외과 의사는 “운동으로 인해 어깨 회전근개염, 무릎 장경인대증후군과 슬개건염 등을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근육통을 호소하며 방문하는 경우도 많은데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 환자도 이들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희귀병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지난 5년간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은 2030 세대는 계속 증가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2017년 4154명, 2018년 4411명, 2019년 4809명, 2020년 4953명, 2021년 5116명으로 5년 새 23% 증가했다. 연간 5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환자 중 2030 환자의 비율은 약 33%였고, 2030 환자 중 62%는 남성이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한 근육질의 몸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몸을 빨리 만들어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그릇된 운동방식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몸이 떨리고 힘이 풀릴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자랑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매우 좋지 않은 문화”라며 “다음 날 아침 팔다리가 당기지 않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횡문근융해증 =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뉜다. 외상성 횡문근융해증은 외부로부터의 근육 압박, 비외상성 횡문근융해증은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덥고 습한 환경에서 운동한 경우 등에 발생한다. 증상으로는 근 손상으로 인한 근육 통증과 경직, 근 무력감 등이 있으며 심한 경우 근색소인 미오글로빈이 혈중에 과다하게 유출돼 소변이 적색이나 갈색으로 나타난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