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우초 6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9월 19일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야영장에서 이교화(가운데) 교장의 지도를 받으며 저녁 식사를 손수 준비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대구 국우초 이교화 교장

30년전 초교 6학년 담임맡아
주말에도 소풍가고 경기 관람
운동부 지도하며 대회출전도

“팔공산수련원 활용하자” 건의
초등학생 ‘야영의 길’ 열어줘
“아이들 활동통해 사회성 갖춰”

대구 지역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일 년에 한 번씩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야영장으로 떠난다. 해발 1193m 높이의 팔공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내음을 들이마시며, 마음껏 운동도 즐기고 낯선 곳에서 잠도 청해본다. 익숙한 가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서로 어울리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야영의 매력이다. 올해도 산의 언 땅이 녹고 각종 생물이 기지개를 켜는 5월부터 본격적인 야영 활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구 지역에서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체계적인 야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우초의 이교화(55) 교장 덕택이다. 초등학생 대상 야영 프로그램은 여러 이유로 지난 2007년 중단됐고 이후에는 중·고등학생 위주로 진행돼왔다. 그러던 중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이 들어서게 됐는데 이 교장이 새로운 시설들을 활용해 초등학생들에게 다시 야영의 길을 열어주자고 제안하면서 2015년부터 재개됐다. “초등학생은 팔공산수련원, 중학생은 낙동강수련원, 고등학생은 해양수련원으로 나눠 각기 산·강·바다에서 야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당시 시·도교육청과 수련원에서 이를 수용해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초등학교 6학년 체육교육과정에 야영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대구 지역은 비교적 잘 자리 잡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30여 년 전 교직에 처음 몸담았을 때부터 야외 체험이나 스포츠 등 활동 중심 교육에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대를 다니던 시절부터 부전공으로 체육과를 선택해 체육 심화과정을 수료했고, 교사가 된 후에는 교내 각종 스포츠클럽 지도교사를 한 데 이어 체육과목 장학사까지 거쳤다.

이 교장은 “교사 부임 초기 때부터 아이들과 새해맞이 팔공산 등산에서부터 스키장 방문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 보려고 했다”며 “3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의 놀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없었을 때였고 가족들과 문화체험을 경험하는 경우도 흔치 않았는데 다양한 활동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93년 초등학교 6학년 반 담임을 맡았을 때도 평일이 부족하면 주말까지 이용해 소풍을 가거나 마당놀이·농구경기 등을 관람하고, 방학 때는 스키장에도 함께 다녀왔다고 한다.

이어 1999∼2003년에는 교내 롤러부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운동부 학생들과 훈련 및 야영, 각종 대회출전 등의 과정을 함께했다. “당시 함께한 학생 중 롤러 종목 국가대표 선수도 나왔다”며 이 교장은 웃었다.

이 교장은 지난해 3월부터 신생학교인 국우초에 부임해 근무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에 힘을 쏟은 덕택에 국우초도 지난해 3월 개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5월 열린 대구시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 국우초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이 교장은 “여자부는 농구 종목에서 우승해 전국대회도 다녀왔고 남자부도 3위를 기록했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왕성하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올해 팔공산수련원 등을 활용한 가족 단위 캠프, 배드민턴 스포츠데이 등을 새롭게 시도해 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장은 다양한 야외 활동에 힘을 쏟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은 활동을 통해 서로 어울리고 사회성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는 서로 이기는 법뿐만 아니라 지는 방법도 배우게 되는데, 지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서로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우초에 붙어 있는 병설유치원에서도 이 교장은 유명인사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에게 이 교장은 같이 물총 놀이를 해주는 다정한 선생님, 같이 흙을 만지고 씨를 뿌리는 법을 알려주는 친절한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는 “유치원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텃밭 놀이만큼은 교장이지만 직접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