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서 소개된 ‘김미경의 마흔 수업’. 유튜브 캡처

김미경 · 삼프로 · 책추남TV
자기계발서 등 출간 잇따라

탁월한 마케팅에 홍보 효과
온 · 오프라인서 상위권 장악

“신규 독자 유인해 시장확대”
“책 가치 가려질수도” 엇갈려

지난주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서점가 베스트셀러 ‘톱(Top) 3’에 오른 ‘김미경의 마흔 수업’은 어웨이크북스라는 신생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어웨이크북스는 스타 강사이자 유튜버인 김미경이 지난해 6월 만든 출판사. 교육 온라인 플랫폼 ‘MKYU’ 학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직접 쓴 자기계발서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세 차례 소개했다. 출판사 대표이자 저자, 유튜브 진행자라는 ‘1인 3역’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책은 출간 3주 만에 8만 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 11월 김 대표를 비롯한 각 분야 9인의 전문가가 함께 쓴 ‘웹 3.0 넥스트 이코노미’에 이어 두 번째 책으로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선보인 어웨이크북스는 올해 3권을 추가로 내놓는다. 김 대표는 서면 답변에서 “유튜브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커뮤니티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출판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며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를 중점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처럼 유명 유튜버가 출판사를 직접 만들어 책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채널에서 자사 책을 소개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SNS와 출판 시장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서 소개된 ‘부의 시나리오’. 유튜브 캡처

지난 2017년 설립된 포레스트북스와 이 회사의 서브 브랜드인 페이지2북스는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가 지분을 보유한 출판사다. ‘삼프로 TV’는 2018년 팟캐스트 콘텐츠 ‘경제의 신과 함께’로 출발해 2019년 유튜브로 옮긴 1세대 경제 전문 채널이다. 증권사 임원 출신 김동환, 기자 출신 이진우, 방송인 정영진 등 세 명의 ‘프로’가 주식시황 중계, 전문가 대담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채널 개설 4년 만에 구독자 230만 명을 확보하며 독보적인 경제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포레스트북스와 페이지2북스는 ‘삼프로 TV’의 막강한 영향력에 힘입어 설립 6년 만에 연 매출 80억 원대를 기록하는 중견 출판사로 성장했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한 해 1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출판사는 15∼20개뿐”이라며 “포레스트북스의 성장세는 매우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삼프로 TV’에서 소개된 포레스트북스의 대표적인 흥행작은 ‘매매의 기술’과 ‘부의 시나리오’로 각각 8만 부, 10만 부가량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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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책추남(책 추천해주는 남자) TV’의 조우석 역시 ‘유튜버 출신 출판사 사장’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나비스쿨에서 올해 1월 출간한 ‘1퍼센트 부자의 법칙’은 지난주 알라딘 종합 2위, 예스24 종합 4위, 교보문고 종합 10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유튜버는 아니지만, 30만 부 이상 팔린 ‘나에게 고맙다’를 쓴 에세이 작가로 출발해 매일 하나씩 카드 뉴스와 글귀를 연재하는 ‘책 읽어주는 남자’를 통해 SNS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전승환은 2020년부터 출판사 북로망스와 서브 브랜드 북모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볼 수 있는 ‘책 읽어주는 남자’의 구독자는 150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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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망스에서 출간한 소윤 작가의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와 정한경 작가의 ‘안녕, 소중한 사람’은 각각 25만 부, 20만 부 이상 나갔다. 이들 책은 무명작가의 에세이임에도 입소문과 함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해외에도 판권이 수출됐다. 전 대표는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역량 있는 작가를 꾸준히 발굴하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출판산업 진출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인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전통 매체 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지닌 유튜버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신규 독자’를 끌어들이면 시장 확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존재만으로 이미 ‘탁월한 마케터’인 유튜버가 책을 만들어 파는 것은 영역 구분이 희미해지는 ‘초연결 사회’의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단기간에 서점가를 장악하는 유튜버의 ‘지식 편집형’ 도서가 많아지면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책들의 가치가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