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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률 17%로 ‘일타 스캔들’ 마친 전도연

“판타지, 전도연이 해야 현실적”
작가에 설득당해 17년만 출연

드라마처럼 딸과는 친구 같아
엄마역할 맡는것 거부감 없어

촬영장선 무조건‘잘하자’ 아닌
느낌 솔직히 표현하는 데 집중


배우 전도연과 나누는 인터뷰는 항상 즐겁다. 취재진은 “제목거리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왜일까? 그가 이성보다 감성으로 답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코)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왜요? 안 되나요?”라고 되묻고, 2023년을 여는 기운이 좋다는 말에 “항상 ‘전도연의 해’였어요”라며 특유의 코를 찡긋하는 웃음을 더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도연의 직설 화법은 냉정한 머리가 아닌, 뜨거운 가슴에서 솟구친다.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17%)을 기록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마지막 회를 마친 다음 날인 6일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여전히 활기차고, 건강했다.

◇17년 만에 돌아온 ‘로코의 여왕’

전도연은 ‘칸의 여왕’ 이전에 ‘로코의 여왕’이었다. ‘별을 쏘다’ ‘프라하의 연인’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활력소가 됐다. 그리고 먼 길을 돌아 17년 만에 ‘일타 스캔들’을 선택했다. 하지만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대본리딩 때도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다른 배우 캐스팅하라’고 징징댔다”고 한다. 하지만 전도연 없는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은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굿 와이프’를 함께 했던 PD님이 조심스럽게 제안해주셨어요. 재미있게 읽었는데, 자신이 없었어요. 로코가 너무 오랜만이어서요. 작가님을 만났는데, ‘판타지 드라마인데, 전도연이 맡으면 현실적인 느낌이 생길 것 같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도연표 로코에 주변인들과 대중이 반색했다. 4%로 시작한 시청률은 17%까지 치솟았다. ‘전도연은 무거운 작품만 한다’는 선입견이 단박에 무너졌다. “‘그동안 제 이런 연기를 보고 싶어했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저보다 주변에서 더 기뻐해 주셨어요. 그동안 제 작품을 보기 힘들었나 봐요.(웃음) 로코는 20∼30대만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각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로코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로코라면 10년 후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전도연은 일타 수학 강사와 사랑에 빠지는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엄마’

전도연은 중학생 딸을 둔 엄마다. “‘일타 스캔들’이 가족극이라 좋았다”는 그는, 딸과 이 드라마를 함께 봤다. 실제 그 역시 남행선처럼 친구 같은 엄마다. “제 딸은 제가 나오는 부분은 (보기) 힘들어했어요, 하하. 제 모습을 보면 닭살이 돋고 심장이 오그라든대요. ‘달달해서 이가 썩을 것 같다’는 딸의 표현이 귀여웠어요. 저는 최대한 솔직하게 잘못한 것은 사과하고, 딸이 잘못하면 사과받으면서 친구처럼 지내요.”

공교롭게도 오는 31일 공개되는 전도연의 차기작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도 그는 모녀 관계로 나온다. 킬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집에서는 딸과의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영락없는 ‘워킹맘’이다. “남행선도, 길복순도 엄마로서 서툴다는 점에서 저와 닮았어요. 늘 부족하지만 딸과 소통하고 싶어하죠. ‘엄마’ 역할을 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어요. 되게 자연스러운 거죠. 예전에는 ‘자식이 몇 살로 나와’라고 물었는데, 어느 순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른답고 선배다운 전도연

전도연은 데뷔 33년 차 배우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나간다. 대본도 싹 다 외우고 온다. 그런 전도연의 모습을 보며 ‘일타 스캔들’에서 함께 연기한 후배 정경호는 “거짓으로 연기한 적이 없는 분”이라고 말했다. “(웃으며) 전 원래 현장에 가장 먼저 나가요. 작품 속 인물처럼 행동하려면 대사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기 때문에 빨리 외우는 편이죠. 그리고 전 정답을 갖고 촬영장에 가지 않아요. 상대 배우와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며 답을 찾아가죠.”

‘기승전도연’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가 참여하는 작품의 마침표는 결국 전도연이 찍는다는 찬사다. 하지만 정작 그는 중심이 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이다. “‘밀양’을 하면서 이창동 감독님께 배운 거예요. 무조건 ‘잘하자’가 아니라 제가 느낀 만큼 솔직히 표현하는 거죠. 저는 증명하려 노력하지 않아요. ‘일타 스캔들’ 역시 남행선으로서 제가 보여주고 싶은 진심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던 것 아닐까요? 그걸 이뤘다면, 17%라는 수치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