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시다“역대내각 역사인식 계승” 기시다 후미오(오른쪽) 일본 총리가 6일 도쿄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한·일 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 윤 대통령·기시다 총리, ‘신 한일관계’ 선언 추진

미국 국무부 “윤 정부 역사적 발표 환영”
한반도 외교안보질서 변화 전망
중국과 대립각 더 부각될 수도

윤석열 정부의 ‘한·일 신협력관계’ 결단은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신냉전 구도 속에 한반도와 그 주변 외교안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세 개의 파도’를 예고하고 있다. 한·일 관계 회복에 기초한 한·미·일 글로벌 협력에 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한·일 경제협력에 힘이 실리면서 중국을 상대로 견제와 공존이 동시적인 도전 과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일 관계 개선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로도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이끄는 동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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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해 “역사적 발표를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획기적인 협력과 파트너십’ 언급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역사적 발표’ 평가를 재확인한 것이다. 유럽연합(EU)도 환영 입장을 내고 한국의 결단을 지지했다.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국제사회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선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이 단순히 지역 문제로 끝나지 않고 글로벌 정세에 대변혁을 일으킬 파급력을 가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일본 총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도쿄(東京) 상호방문 이후 12년간 가동되지 않은 한·일 셔틀외교가 조만간 정상화해 한·미·일 글로벌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미·일 협력 틀에 기초해 공급망 문제와 기후변화, 인구 등 글로벌 이슈에서 보다 큰 목소리를 내고, 국제사회 협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규제 철회 등의 조치로 한·일 경제협력이 다시 탄력받기 시작하면 미·중 대립 상황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대립각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속도가 붙을지 여부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 동맹)에 한국이 보다 적극 참여하는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도 외면하기 힘든 만큼 이와 관련한 과제 역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공조체제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은 조만간 2019년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재개 논의도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기존에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행사해 오던 한국이 앞으로 한·미·일 틀을 기반으로 목소리를 내면 그 의미와 울림은 더욱 커진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의 ‘룰 팔로어’가 아닌 ‘룰 세터’로 나서서 변화하는 정세에 주도면밀한 대응을 해 나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