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삼성물산 제공

이미지 크게보기 인천 부평구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모습. 포스코건설 제공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거주지·청약통장 등 요건 폐지

둔촌 주공 ‘올림픽파크 포레온’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도 주목

지역·단지따라 청약조건 달라
무턱대고 청약했다가는 ‘낭패’
주변 신축 아파트와 시세 격차
미래 가치 등 꼼꼼하게 따져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순위 내 계약에서 수요자를 찾지 못한 ‘무순위 청약(줍줍)’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줍줍에 대한 내 집 마련 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2월 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청약 시 해당 지역 거주 및 무주택 요건이 폐지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3월부터 나오는 줍줍 아파트는 지역과 단지에 따라 청약과 계약 조건이 다른 만큼 최종 계약 시에는 주의해야 한다.

7일 한국부동산원과 건설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청약에 들어간 19곳 중 12곳이 1순위 청약에서 내 집 마련 수요자를 찾지 못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순위 내 공급에서 계약 완판에 실패한 대부분 단지가 줍줍이나 선착순 계약으로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3∼4월에는 서울, 경기 등의 주요지역에서 1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줍줍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동구 둔촌 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줍줍으로 나온다. 전용면적 29㎡ 2가구, 39㎡ 638가구, 49㎡ 259가구 등 900여 가구다. 이번 줍줍은 8일 하루 동안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접수한다. 13일 당첨자 발표를 하고, 20일 계약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아현동에서 공급했지만, 순위 내 완판에 실패한 ‘마포 더 클래시’가 3월 들어 무순위 2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3월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나오는 줍줍 물량이 주목된다. 입지조건이 좋은 데다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 시세와의 차이로 상당한 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부정청약 등에 따른 소송 등이 끝난 6가구 정도가 줍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줍줍 물량은 과천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2월 말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실제 청약자라도 전매제한(5년 전후)과 실거주 의무(현 상태 5년)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월 중순 1∼2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나온 수원시 팔달구 ‘수원성 중흥S클래스’도 줍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에서는 또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이 나온 광명시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등도 줍줍이나 선착순 청약을 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을 거치고도 500여 가구가 남아 2월 중순 온라인을 통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했던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는 미추홀구 주안동 ‘더샵 아르테’, 미추홀구 ‘석정 한신더휴’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거나 줍줍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두 단지는 2월 진행한 청약 접수에서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았다. 이 중 더샵 아르테는 8일까지 청약 접수자를 대상으로 정당 계약을 한 후 나머지 물량에 대해 줍줍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무순위 청약 규제가 철폐됐지만 실수요자들은 실제 계약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턱대고 청약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줍줍 청약을 할 경우 ‘부적격 당첨’ 등으로 나온 물량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줍줍 해당 아파트의 ‘1순위 청약률과 계약률’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와 격차’ ‘줍줍 신청 첫날 현장 경쟁률’ 등을 따져본 후 최종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주택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1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이 1만2257가구, 지방 6만3102가구에 달하는 등 분양시장 침체의 골이 깊다”며 “줍줍 물량이라도 미분양으로 나온 물량은 입지조건이 좋지 않거나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순위 내 청약 경쟁률, 경기 상황과 미래가치 등을 살펴본 후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