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수의료 붕괴 주원인 의료수가

의료진 12명 15시간 수술인데
병원수입 비현실적으로 낮아

日은 뇌동맥류 결찰수술에
한국의 4배 넘는 수가 할당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붕괴 위기에 빠진 주된 원인으로는 비정상적인 의료 수가가 꼽힌다. 의료 수가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를 합한 것으로 의료기관의 주된 수익이다. 그런데 필수의료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다 보니 수익구조에 민감한 대형병원은 투자를 꺼리게 되고, 미래 비전이 불투명해지면서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기피하게 되는 악순환 구조가 양산됐다는 지적이다.

28일 대한뇌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고혈류 뇌혈관 우회수술’의 의료 수가(상급종합병원 기준)는 237만5000원이다. 주로 거대뇌동맥류나 뇌경동맥폐색 등 고위험 뇌혈관 질환에 시행되며, 수술 시간만 평균 14∼15시간인데다, 의료진도 12명가량이 투입된다. 집도의와 전임의 등 신경외과 의사만 3명이 들어오고 하루 반나절 넘게 걸리는 만큼 간호사 4명, 마취과 의사 2∼3명, 수술 중 신경감시팀 기사 2명 등이 교대로 들어온다.

이 수가는 보통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등이 1시간여 동안 진행하는 코 성형수술의 비급여 진료 비용(290만 원)보다 싸다. 얼굴 윤곽을 V라인으로 만드는 안면윤곽술(625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피부나 성형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인 만큼 병원에 따라 비용을 더 받기도 한다.

신경외과에서 많이 하는 뇌동맥류 결찰술(두개골을 열고 클립(고정핀)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이나 출혈부위를 묶는 수술)은 평균 6시간 이상 걸리지만 수가는 약 250만 원이다.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위한 수술방에 남지 않고, 피부·성형 등의 개원가로 빠지는 주된 이유다.

일본은 뇌동맥류 결찰술에 한국의 4배가 넘는 수가(1140만 원)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보다 뇌혈관 수술 수가가 낮은 나라는 헝가리·폴란드·체코·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밖에 없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인 박익성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부회장은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아과 수가 실정도 심각하다. 2021년 기준 소아과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7611원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이는 동남아 국가의 5분의 1수준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살인적인 저수가로 미래가 보장되지 않자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소아과 진료 기반이 붕괴하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