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또 지휘 공백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지명 하루 만에 낙마한 가운데 27일 오전 한 직원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수본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순신 추천 ~ 검증 ‘총체적 난국’

복두규 인사기획관이 추천하고
1·2차 검증 모두 검찰출신이 담당
정씨, 서면 질문 169개에 대해
“아니요” 허위 기재로 무사통과
경찰의 세간 평가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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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57·사진) 변호사가 28시간 만에 낙마하면서 정권의 ‘인사 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초에 ‘낙하산’을 추천한 데다 1차 인사 검증 기관인 법무부의 부실 인사 검증과 경찰 정보 파트의 안이한 세평(세간 평가) 검증, 정 변호사의 부실 답변 등이 결합해 ‘추천→검증→임명’에 이르는 인사 전 과정이 총체적 난국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자 선출 전 과정에 검사 출신이 관여하면서 같은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의 후보자 선정 과정이 ‘짬짜미’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27일 제기된다. 후보자 추천 업무를 담당한 건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의 복두규 대통령 인사기획관이며, 인사비서관은 검사 출신 이원모 비서관이다. 일단 추천 단계서부터 사실상 ‘낙하산’ 추천이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후 1차 검증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2차 검증은 검사 출신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맡았다. 인사부터 검증까지 모두 검사 출신에 의해 이뤄진 셈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5~6월부터 ‘정순신 내정설’이 파다했다”며 “어차피 될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져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1차 검증을 맡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존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 업무를 이어받아 지난해 6월 설립됐다. 관리단은 정 변호사에게 169개 질문이 담긴 사전 질문서 작성을 요청했는데, 정 변호사는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문항에 “아니요”라고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정 변호사의 서면 제출 자료를 그대로 믿고, 추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세평 검증 절차도 있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 정보관들이 용산 대통령실 의중 등을 이유로 입체적인 세평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녀의 사생활에 대해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법무부·경찰의 인사 검증 제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으로 보도되긴 했지만, 정 변호사 아들 사건은 이미 2018년 한 방송에서 보도된 적이 있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문이나 기사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안이하게 인사 검증을 했다”고 지적했다.

권승현·조율·이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