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정 내부.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하며 용서 구하려는 시도도 안해”


자신을 불륜녀로 의심하며 몸싸움을 벌인 지인의 동거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성민)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여·30)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1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전 전북 익산시 한 도로에서 지인의 동거녀 B(41)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나흘 전 지인 C 씨에게 전화해 “교통사고를 냈는데 벌금을 못 내 힘들어 죽겠다”고 토로했는데, 이 통화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알게 된 B 씨는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둘이 붙어먹었느냐”고 욕설을 하면서 C 씨와 A 씨의 관계에 대해 추궁했다. B 씨는 집에 함께 있던 C 씨와 함께 차를 타고 익산에 있는 A 씨 집 근처에서 만났다. A 씨와 B 씨는 서로 보자마자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였고, 급기야 A 씨는 집에서 미리 가져온 흉기를 들고 B 씨를 위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C 씨가 차 밖으로 나가 싸움을 말렸다.

세 사람은 이 과정에서 바닥에 넘어졌다. 이때 A 씨는 일어나려던 B 씨 목을 흉기로 한 차례 찔렀다. 현장에 있던 C 씨는 즉시 119에 신고했고, A 씨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B 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외상성 쇼크로 밝혀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B 씨를 위협할 생각으로 흉기를 들고 나갔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B 씨 동거남 C 씨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C 씨는 경찰·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B 씨가 바닥에 넘어졌다가 일어날 때 A 씨가 흉기로 B 씨 목 부위를 찔렀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을 유일하게 목격한 C 씨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건 당시) 피고인의 상의와 손발·다리 등에 피해자 혈흔이 확인됐다”며 “피고인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할 뿐 아니라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