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수도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위협 고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 싱크탱크 “미국 기존 시나리오는 연안 전투의 핵심인 시가전 간과” 지적
미국 싱크탱크 “중국도 10년간 시가전 대비 연구·훈련 늘려와”

중국의 ‘2027년 대만 침공설’이 제기될 정도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대만이 시가전을 중심에 놓고 대만 방어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인 항공기나 선박을 활용해 중국의 보급선을 끊고 시가전으로 버틴다면 중국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시다르스 카우셜·게리 서머빌 연구원은 미국 해군연구소(USNI) 학술지 ‘프로시딩’ 최신호에 실은 글에서 “미국과 대만은 시가전에서 중국을 물리치는 것을 중심으로 방어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기존 시나리오에 대해 “연안 전투의 핵심 요소인 시가전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시나리오는 중국군이 대만해협을 건너 해변을 신속하게 돌파한다면 짧은 시일 안에 승전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 하에서는 미국이 중국군에 앞서 대만에 대규모 병력을 도달시키거나 상륙 부대를 격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다.

연구진은 2018년 예멘 분쟁 양상에 주목하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의 허점을 비판했다. 예멘 분쟁 초반 수니파 예멘 정부를 지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이 우세한 병력으로 유리해 보였으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주요 항구도시에서 버티며 장기전으로 끌고 갔다.

연구진은 기다란 서쪽 해안을 따라 타이베이, 가오슝, 타이중, 타이난 등 대도시들이 늘어서있고 그 뒤로 산악지대가 자리잡은 대만의 지형이 예멘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에도 필연적으로 시가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미국과 대만이 자원집약적인 시가전을 염두에 두고 해상 방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륙을 노리는 병력을 전부 막아내기보다는 무인 항공기나 선박 등 드론을 활용해 보충병이나 물자를 실은 선박을 집중적으로 노려 보급선을 끊고 시가전으로 버텨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 해군과 공군의 F-35 전투기, 항공모함, 핵추진공격잠수함(SSN) 등 주요 자산으로 중국의 항구 등 보급망에 타격을 줄 경우 중국군도 시가전이 장기화하는 것을 버티기 어렵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인민해방군은 강적”이라며 “시가전을 오래 끌어가며 승리를 쌓아가는 방식만이 미군과 대만군이 수적 열세에 놓이더라도 침공을 막아낼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국군 역시 일찍부터 시가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을 키워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인민해방군이 지난 10년간 미래의 시가전을 대비해 연구와 훈련, 준비를 늘려왔다”며 “그 어떤 상황에서든 도시에서의 격렬한 전투가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SW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부대인 동부전구를 중심으로 도심 환경에서의 군사작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특수 시설을 세워두고 전투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훈련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ISW는 중국군이 드론 기술 개발에 열중한 것도 시가전에서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소형 쿼드콥터에서 무인지상시스템(UG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론이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정규 대만군과 지속적으로 교육·교류·훈련 활동을 하는것을 넘어, 대만에 있는 예비군 250만명과 민방위 100만명까지 교전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중 관계가 악화하고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2027년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주방위군을 통해 대만군에 실전훈련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이 대만 내 병력을 4배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