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사·채굴 ‘독점 법안’ 공포

리튬 매장량 전 세계 9위 국가
배터리 원료 등 수요 폭증하자
소노라주 6곳 ‘보호구역’ 지정

칠레·볼리비아 이어 또 국유화
남미 중심 ‘전략광물화’ 움직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양의 리튬이 매장돼 있는 멕시코가 리튬을 국유재산화하는 법안을 정식으로 공포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로 ‘백색 황금’ 리튬에 대한 수요가 급부상하자, 국가가 탐사와 채굴에 대한 통제 권한을 쥐며 리튬을 독점한 것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미국, 중국 그 누구도 리튬에 손댈 수 없다”고 엄포하고 나선 가운데, 남미 리튬 민족주의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소노라주 바카데우아치에서 리튬 매장량에 대한 관리 책임을 에너지부로 이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에너지부가 리튬의 탐사·채굴 권한 등을 관장하는 내용이 골자로, 매장된 리튬을 국유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를 위해 아리베치, 디비사데로, 그라나도스 등 소노라주 6개 지역 약 2350㎢를 리튬 채굴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국가가 이 전략적 광물의 주인이 되자”며 “러시아, 중국, 미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리튬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국유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결국 리튬에 대한 자원민족주의 강화법안에 서명하며 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리튬 국유화’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세계 리튬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남미 ‘리튬 삼각지대’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 중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두 국가는 리튬을 국유화한 상태다. 이들은 리튬을 전략 광물로 간주하고, 국영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민간 기업만이 광물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외국 기업을 배척하고 있다.

‘백색 황금’ 리튬에 대한 전 세계 확보 경쟁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멕시코는 리튬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여전히 자체 개발은 어렵다고 현지 언론 멕시코데일리포스트는 전했다. 국유화를 선포했지만 이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멕시코에는 약 170만t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