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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 1월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2%p 오른 것이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곧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온 IMF가 상향 조정한 것은 중국의 리오프닝과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IMF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국 요인으로 우리 경제에 온기가 돌기는 어려울 듯하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수출은 두 자릿수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63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고, 수입은 815억 달러로 2%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무역수지는 176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 470억 달러의 37%에 해당한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수출 악화 외에 에너지 수입액 증가가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월 첫 10일간 수입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품목은 가스와 원유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6.6%와 44.9% 증가율을 보였다. 올해 원유 평균 도입 단가는 전년 대비 47%나 올랐고, 이로 인해 총수입액은 10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88억 달러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의 82%에 해당한다. 즉, 에너지 가격 인상과 수입 증가가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1 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3배가량 증가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아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수 있으나, 이는 경쟁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지 못한 결과다. 최종에너지 소비도 세계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중국·미국·인도·일본 순이고, 우리나라는 10위 소비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3∼4위, GDP당 소비는 4위여서 에너지 과소비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아 에너지 소비 비율이 가장 큰 나라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율은 62%를 차지하는데 지난 30년간 연평균 4.6% 증가했다. 교통(3.5%)과 상업(2.1%) 부문보다 증가율이 높다. 반면, 영국·프랑스·미국·일본 등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경제 구조를 바꿔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였고, 독일은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왔다.

에너지 과다 소비 이면에는 값싼 전기요금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미·일은 물론 태국이나 필리핀보다 싸다. 간간이 정책 당국은 에너지 절약 정책을 내놓지만, 인센티브 부족과 제도 운영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 공급에 주력했지,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은 미흡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과소비 에너지 구조 개선은 파리협약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협정을 준수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무역수지 적자 누적은 복합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차제에 전국적으로 에너지 절약 체제를 강화하고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한다. 특히, 산업용 전기료 인상은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유도하게 되므로 전 세계적인 탄소 제로 추세에도 기여하고 무역 적자도 줄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