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무경 사피온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연구·개발(R&D) 센터장이 지난 9일 경기 판교 이노밸리 사피온코리아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 X220’을 활용한 이미지 분석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위기극복, R&D로 돌파구 찾는다 - (3)SK

SKT·하이닉스 등 공동투자
AI반도체 전문 ‘사피온’ 설립

기존 GPU보다 월등한 ‘X220’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 활용

챗GPT 계기로 AI반도체 인기
2026년 861억달러 시장 전망

SW까지 통합솔루션 제공 전략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 예고


“사피온은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연산 속도는 훨씬 빠른 반면, 전력 사용량은 현저히 낮습니다.”지난 9일 경기 판교 이노밸리에 위치한 사피온코리아 사무실. 정무경 사피온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연구·개발(R&D) 센터장은 국내 최초의 데이터센터 탑재용 AI 반도체인 ‘사피온 X220’을 소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사피온은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3개 회사가 투자해 설립한 AI 반도체 전문회사로 지난 2021년 SK텔레콤에서 분사했다.

이날 시연을 통해 직접 접해본 사피온의 성능은 기존 GPU와 비교해 월등히 뛰어났다. 사피온과 GPU를 활용해 동일한 이미지 분석 작업을 수행한 결과, 사피온의 평균 처리 속도는 초당 5500장을 기록, GPU(초당 2200장)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빠른 속도를 보였다.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데 소비되는 전력도 사피온은 GPU 대비 절반에 불과했다.

정 센터장은 사피온이 앞으로 초거대 AI는 물론 자율주행 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이날 사피온이 적용된 자율주행 카메라의 사물 인식을 직접 시연했는데, 해당 카메라는 GPU가 적용된 카메라와 비교해 영상 안에 찍힌 사물을 파악하는 속도가 두 배 이상으로 빨랐다. 정 센터장은 “사피온은 정확하면서도 빠른 AI 응답시간을 제공하는 만큼 자율주행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피온을 접목한 건물 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도 인상적이었다. 정 센터장은 “사피온과 SK텔레콤이 개발한 영상기반 위치서비스는 카메라로 들어오는 영상을 AI를 활용해 분석,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며 “예컨대 건물 내부의 경우 사피온이 탑재된 데이터센터에 건물 지도 등을 미리 저장해두면 사용자는 AI 딥러닝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등을 활용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챗GPT 이슈를 계기로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R&D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사피온은 2020년 상용화한 X220부터 트랜스포머 기반 언어모델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 22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6년에는 861억 달러(10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피온은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도 이뤄가고 있다. 사피온은 최근 판교 소재 NHN 데이터 센터에 ‘X220’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다. 미국 2위 TV 방송사인 싱클레어 그룹의 합작사 ‘캐스트닷에라’는 사피온을 방송 장비에 적용, 실시간으로 저해상도 화질을 고화질로 전환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사피온은 AI 프로세서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까지 AI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서버용 반도체 ‘X330’은 물론,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를 위한 ‘X340’, 에지 디바이스를 위한 ‘X350’ 등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층 강화된 AI 추론 및 학습 성능과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를 적용한 X430도 출시할 계획이다.

사피온은 이처럼 다양한 제품 출시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누적 매출 2조 원, 기업가치 10조 원 규모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도 대대적인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룹 관계자는 “사피온은 AI 반도체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I 기반 서비스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체 기술 세트를 구현 중”이라며 “SK텔레콤과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총 800억 원을 공동 투자하는 등 AI 반도체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 공격적 R&D 투자

하이닉스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SK온, 안정성 높인 ‘高니켈 배터리’

SK그룹이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바이오 등 주력 사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꾸준히 R&D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닦아가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인 SK하이닉스는 향후 협력업체와 R&D를 공동으로 추진하며 기술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서부에 1조 원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반도체 R&D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투자를 발판 삼아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틀을 깨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의 저장 역할을 맡고, 사람의 뇌와 같은 연산 기능은 비메모리 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담당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런 관념을 깨고 올해 2월 연산도 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고(高)니켈’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성능이 뛰어나고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니켈 비중을 94%로 높인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니켈 비중을 98%로 확대한 초(超)니켈 배터리도 R&D 중이다.

SK온은 최근 미국 우르빅스(Urbix)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oint Development Agreement·JDA)도 체결했다. 양사는 SK온 배터리에 특화된 친환경 고성능 음극재를 R&D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SK온은 우르빅스로부터 음극재를 공급받아 미국 내 SK온 배터리 공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한 SK그룹은 최근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도 R&D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인천 송도의 3만413.8㎡(약 9200평) 용지에 연구·공정개발(R&PD) 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R&PD 센터는 백신과 신약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곳으로, 토지비 419억 원을 포함해 총 325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R&PD 센터를 글로벌 바이오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R&PD 센터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바이오 및 백신 산업 고도화를 위한 꿈의 무대”라며 “체계적인 플랫폼 확대를 통해 경제적 이윤 창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의 코어(Core)로써 전 세계인의 안전한 내일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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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