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살아줘서 고맙습니다… 규모 7.8 강진이 튀르키예(터키)·시리아를 강타한 지 사흘째인 8일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티다가 구조된 생존자들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구조된 생후 20일 된 갓난아이, 사망한 부인 옆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남편, 무너진 건물에서 살아남은 소년. 마지막 사진에선 건물이 붕괴하며 발생한 먼지에 온몸이 뒤덮인 8세 소년 메테즈 파라크가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튀르키예·시리아 ‘기적의 생환’

무너진 건물서 56시간만에 구조
엄마 수유덕에 18개월 아이 견뎌
콘크리트 깔린 30대 남성 구출도

튀르키예 당국 ‘지진세’ 걷고도
무능한 대응에 비판 여론 들끓어

튀르키예(터키)·시리아에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지 사흘째인 8일에도 18개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며 버티다 56시간 만에 구조된 임산부 등 기적의 생환이 이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할머니들도 구호 물품을 담은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이재민에게 전달하는 등 곳곳에서 고난을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더딘 구조 작업까지 겹치면서 생존자들이 저체온증으로 속속 사망하고, 이재민들이 여전히 야외에서 밤을 새우면서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끓어오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튀르키예 동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서 18개월 된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56시간 만에 구조됐다. 임신한 어머니는 폐허 속에서도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면서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은 “붕괴한 아파트 폐허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와서 구조에 나섰다”면서 “콘크리트와 벽돌 잔해를 거둬내자 먼지를 뒤집어쓴 아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미 구조됐던 아버지는 구급차 안에서 아기와 극적으로 상봉한 뒤 뺨에 입을 맞추며 울음을 터뜨렸다. 모녀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처참한 강진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지진 피해를 입고 16시간 만에 구조된 30대 남성 안타닌은 튀르키예 일간 휘리예트에 “자다가 눈을 뜨자 벽이 나를 덮쳤다. 112에 구조 요청을 하니 ‘위치를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며 “폐허 속 아내가 ‘아이가 울고 있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걸 듣고 내가 죽어도 좋으니 아내와 아이들만 살려달라고 신에게 빌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의 장비·구호물품 지원이 늦어지자 직접 구호물품을 싸서 이재민 지원에 나선 ‘튀르키예 할머니 구조대’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70·80대로 보이는 피해 지역 인근 할머니들은 등에 겨울옷과 음식, 담요 같은 필수 구호물품을 담은 대형 자루를 짊어지고 ‘지진 지원센터’를 오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담긴 사진이 튀르키예 SNS에 실시간 인기 게시글로 공유되고 있다.

반면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는 급증하고 있다. 강진 피해를 입은 가지안테프의 주민들은 정부 당국이 수십 년간 ‘지진세(특별통신세)’를 걷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68세 남성 아지즈 카라벡메즈는 CNN에 “튀르키예 행정부 관리들의 구호작업이 너무 느리고, 여진이 있을 때마다 구조대원들은 도망치기 바쁘다”며 “우리가 낸 지진세로 대체 뭘 했냐. 국가가 우리 돈을 훔쳐갔다”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