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비뇨기병원에서 류호영 교수(신장암·부신종양센터장)가 신장암 수술과 치료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제공

■ 5개 과 ‘원팀 진료’ 이대비뇨기병원

환자 10명 중 1~2명은 2030
3기 진행땐 완치율 30%로 ↓
다른 암보다 말기 예후 안좋아

“비뇨·영상의학 등 다학제 진료
수술 80~90%는 부분만 절제”

신장암(콩팥암)은 우리나라 10대 암에 속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암이다. 신장은 폐 아래 복부 장기 가장 뒤쪽에 있다. 혈액을 걸러내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을 맡으며 혈압 조절도 하는 장기다. 신장암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2.5명 정도 발생한다. 2020년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신장암은 전체 암 중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검진이 활발해지면서 환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신장암 수술은 혈관과 요로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교한 술기(術技)가 필요하다. 초기에만 발견하면 완치율은 98% 정도로 환자 예후는 상당히 좋다. 신장암 수술과 치료에서는 여러 과가 협진하는 다학제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신장암으로 특화된 이대비뇨기병원에서는 신장외과를 비롯한 5개 과가 ‘원팀’으로 협진 중이다. 지난 2일 류호영 이대비뇨기병원 교수(신장암·부신종양센터장)를 만나 신장암 수술과 치료과정, 예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20∼30대 신장암 환자 10∼20%대 = 신장암은 초기증상이 없다 보니 과거에는 환자들이 혈뇨, 옆구리 통증 등 주요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을 찾았다. 요즘에는 영상의학이 발달하면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해 내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신장암 환자 특징은 20∼30대 젊은 층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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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는 “전체 신장암 환자 10명 중 1∼2명은 20∼30대”라며 “복부초음파 검사를 40대 이하라면 5년마다 한 번, 40대 이상은 최소 3년마다 한 번씩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신장암 혹덩어리는 1년 동안 평균 0.5㎝씩 자라는데 40대 이하 젊은 층은 5년마다 검사를 받으면 극초기에 발견할 수 있어서다.

류 교수는 “신장암의 키워드는 조기 발견 후 수술하면 ‘해프닝’으로 끝난다는 것”이라며 “1기에 치료만 잘하면 98%가 완치되지만 혈관으로 전이되는 3기만 돼도 완치율은 30%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진단과 수술, 치료 등 전 과정은 다학제 진료가 토대가 된다. 이 병원에서는 신장외과를 비롯해 비뇨의학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5개 과가 협진한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을 내린 후 수술 필요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다. 류 교수는 “다른 암은 조직검사를 먼저 하는 반면, 신장암은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CT) 촬영만으로도 진단 정확도가 90% 이상이어서 영상의학과와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술 방법은 개복수술, 로봇수술, 복강경 수술 등 크게 3가지다. 수술 시간은 약 1∼2시간 소요된다. 수술방법을 결정할 때는 환자 나이와 건강상태, 경제적 여건 등이 모두 고려된다.

류 교수는 “부분신장 절제술이 전체 신장암 수술의 80∼90%일 정도로 신장을 살릴 수 있다면 최대한 살리는 게 우리 장점”이라며 “수술 방법 역시 강요하지 않고 가급적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신장암 예방과 치료엔 조기검진이 정답 = 현재까지 신장암 위험 요인으로는 가족력, 흡연, 음주, 신부전증 등이 꼽힌다. 식생활에서는 염분과 고단백 음식을 줄이는 편이 좋다. 신장암을 예방하고 완치할 수 있는 일등공신으로 정기 검진이 꼽힌다.

류 교수는 “자기 몸을 열심히 관리하는 운동선수 같은 사람들도 걸리는 게 암”이라며 “조기 검진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운동과 식단관리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신장암은 다른 암에 견줘 중·말기 예후가 더 좋지 않은 편이다. 전이가 된 4기부터는 완치율이 10%대로 뚝 떨어진다. 조기 검진과 치료만이 좋은 예후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얼마 전 이 병원에서는 91세 할머니가 ‘신절제술’을 받은 후 현재 건강하게 외래 진료를 다니고 있다. 류 교수는 “고령층의 경우, 수술을 항상 고집하진 않고 환자 삶의 질과 수술적 이득, 양쪽 균형을 생각해야만 한다”며 “고령의 환자라도 기대여명이 보장되는 경우라면 수술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0대 고령층 환자도 신장암 수술을 하는 만큼 70∼80대라도 기대여명이 있는 환자군에서는 수술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