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새 희망 7일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 지진 피해 현장에서 숨진 산모와 탯줄이 연결된 채로 발견된 여자 갓난아이가 병원으로 이송돼 인큐베이터 안에서 자고 있다. 산모는 출산 뒤 얼마 안 돼 지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태어나자마자 가족을 모두 잃은 아이는 아직 이름도 없다. AP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지진 피해 현장에서 숨진 산모와 탯줄이 연결된 채로 발견된 갓난아이가 구조되는 모습. 트위터 캡처

■ 사망자 급증… 8000명 넘어

산모 사망 직전 출산한 아기
탯줄 연결된채로 극적 구조
아버지·형제자매 4명은 사망

잔해에 묻힌 동생 머리 보호
소녀도 17시간여만에 구출돼

거리 한복판 시신 방치 부패

“울고, 기도하고, 기다리며… 가족들은 슬픔에 짓눌린 도시에서 밤을 지새운다.”

튀르키예(터키)·시리아에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지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사망자가 8000명을 넘어선 아수라의 현장에서 참혹한 사연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폐허 속에 파묻힌 생존자들의 살려달라는 신음 소리가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 지역 곳곳엔 방치된 시신들이 부패하며 거리마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7일 튀르키예(터키) 하타이에서 45세 남성 일한 구네스가 지진 발생 42시간 만에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구조돼 이송되고 있다. ‘골든타임’ 24시간이 지나면서 매몰된 피해자들의 추가 사망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을 넘길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EPA 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의 진다이리스 마을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구급 대원들은 이날 숨진 산모와 탯줄이 연결된 채로 발견된 여자 갓난아이를 구조했다. 아이 가족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BBC에 “지진이 강타한 직후 산모가 진통을 겪었고 죽기 직전 아이를 낳았다”며 “이번 지진으로 아이의 아버지, 형제·자매 4명, 이모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무너진 지붕에 깔려 구조를 요청한 형제의 사연도 눈물겹다.

현지 언론 기자가 SNS에 올린 영상에선 한 소녀가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잔해를 힘겹게 떠받치며 누워 있었다. 해당 소녀는 구조대가 도착하자 “여기서 저랑 제 동생을 꺼내주시면 평생 당신의 노예가 돼 일하겠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잔해에 17시간 동안 깔려 있다가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빠져나왔다.

24시간의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피해 지역은 생존자들의 절박한 비명이 잦아들고, 시신들이 거리 한복판에 방치돼 부패하는 등 처참한 상태다. 수습 불가능한 규모의 매몰 피해로 인해 구조대원과 응급 차량이 과부하 상태가 되며 시신 수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은 구조대에 장비를 동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생존자에 초점을 맞춘 구조 작업으로 인해 충분한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망치를 들고 잔해 속을 파헤치는 등 시신 수습에 나섰지만 열악한 환경에 현장은 이재민들의 분노와 구급대원들의 절망 섞인 울분이 가득하다.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 구급대원은 “아직까지 무너진 건물 속 생존자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리는데, 영하의 날씨에 눈·비까지 내려 구조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주위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잔해 밑에 깔린 이들을 구하지 못하는 게 괴로워 빗속에서 울었다”고 토로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