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예상 밖의 양호한 성장률
따뜻한 겨울로 에너지위기 피해

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특히 48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도 앞질렀다. 당초 유로존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추락할 것이 유력했으나 유럽의 겨울 날씨가 따뜻하게 유지되며 에너지 대란을 피하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통계청 유로스타트는 1월 31일(현지시간) “지난해 유로존의 GDP 성장률이 3.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5.3% 성장에 비하면 둔화한 수치지만 미국(2.1%), 중국(3%)보다 앞선 예상 밖 양호한 성적이다. WSJ는 “유로존의 성장률이 중국이나 미국을 앞지른 것은 1974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GDP 역시 시장의 기대를 웃돌았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각각 -0.1%, 1.8%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이 경기침체를 피했다”고 전했다.

특히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에너지 가격 부담이 덜해진 점이 유럽 경제성장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FT는 “우려했던 것보다 덜 추운 겨울, 휘발유 가격 하락, 관대한 정부 지원이 모두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 천연가스 거래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최근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60유로(약 8만24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가격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천연가스 가격이 340유로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다만 WSJ는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중국과 미국을 앞지른 것에 대해 “지속성이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WSJ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세계 3대 경제 권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유럽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도 자명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지난해 유럽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확대된 점도 에너지 위기를 모면케 했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환경·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이같이 설명하며 지난해 유럽연합(EU)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한 비중은 22%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