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비버. 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접경지에 두꺼운 진흙층 형성… 러시아군 침공에 장애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생각지도 못한 적군이 또 생겼다.

‘물 위의 건축가’로 불리는 설치류 비버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우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비버가 지은 댐으로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북서부에 두꺼운 진흙과 습지가 형성된 덕분에 벨라루스를 경유한 러시아군의 침공 경로가 어느 정도 차단되고 있다는 얘기다.

벨라루스 접경지 볼린 주 방위여단은 비버 댐으로 형성된 습지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지리적 이점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침공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볼린 주 방위여단 대변인 세르히 호민스키는 “비버가 땅을 축축하게, 지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우리에겐 뜻밖의 새로운 우군”이라고 말했다. 호민스키는 “일반적으로 비버가 댐을 지으면 사람들이 이를 허물지만, 이번엔 전쟁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 지금은 사방이 물”이라고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비버가 나무를 쓰러뜨려 만든 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군사정보기업 로찬컨설팅의 애널리스트 콘라트 무지카도 “(볼린은) 공습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끔찍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지카는 물이 많고 도로는 적은 지역 특성상 우크라이나이군이 러시아군을 포격 가능한 장소로 몰아넣기 쉬운 구조라며 이 같이 말했다.

벨라루스는 친러시아 국가인 데다 우크라이나의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의 새로운 침공 경로로 거론돼 왔다. 최근에는 벨라루스에 러시아군 항공기가 대거 배치됐고, 다음주 합동 군사훈련도 예정돼 있다.

비버는 쥐목, 비버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북부지역에 주로 산다. 몸길이 60∼70cm, 꼬리길이 33∼44cm, 몸무게 20∼27㎏이다.

바다삵이라고 부를 정도로 수중 생활에 적응돼 있고, 특히 댐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천 가까운 곳의 나무를 튼튼한 앞니로 갉아 넘어뜨린 뒤 흙이나 돌을 보태서 댐을 만든다. 댐 길이는 통상 20∼30m이지만, 수백m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