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집무실에서 규제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오유경 식약처장 인터뷰

식품 · 의약품 ‘심사의 질’ 개선
韓식약처 허가한 제품이라면
세계 각국도 인정하게 만들 것

‘세포배양육 = 식품’ 규정했듯
신산업 길 트는 것도 규제혁신

과장이하 직원과 톡방 만들고
MZ에게 ‘리버스 멘토링’ 받아
현장 나가선 ‘끝장토론’ 소통

“인류가 매일 접하는 음식, 한국인들이 유독 사랑하는 주류, 치료를 돕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코로나19를 극복하게 한 백신, 현대인들이 꼭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 전 세계에서 K-뷰티로 주목받고 있는 화장품, 종이컵과 수저 등 위생용품, 마스크 등 의약외품….” 삶과 매우 밀접한 이 모든 것들의 안전과 관리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 식품의약품안전처다. 국민이 1만 원을 지출하면 그중 대략 2500원 이상은 식약처 소관 물품이라고 할 정도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적 충격이 클 만큼 관리가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과거 생쥐 머리 새우깡, 중국산 유제품 멜라닌 오염, 기생충 알 김치 등의 식품 안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후 식품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고 박근혜 정부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2013년 ‘처’로 승격하면서 안전을 한층 강화했다. 이후 식품의약품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최근엔 국민 불안감을 높이는 식·의약 사고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식약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덕이다.

식약처를 책임지고 있는 오유경 처장을 지난 13일 만났다. 지난 5월 27일 취임한 후 6개월여 지났다. 그는 안전한 식·의약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두세 걸음 더 앞을 보고 있었다. 식·의약 안전 규제 혁신을 통해 안전은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첨단 의약품과 화장품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취임 6개월 동안 어떤 업무를 주로 하셨나요.

“‘우문현답’이라는 말 아시지요? 보통은 우매한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한다는 의미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어요.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저는 식약처에서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약처 소관 물품이 많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게 상당히 많습니다. 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관련 산업체도 만나야 하고, 의약품을 담당하니 환자분들, 식품이나 화장품은 건강한 사람도 소비하는 만큼 일반 소비자도 만나야 합니다.

제가 오고 나서 현장에서 ‘끝장 토론’이라는 걸 많이 했어요. 끝장 토론에서 시간을 정하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어떻게 규제를 혁신해야 할 것인가’ 논의했습니다. 외부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소통을 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또 조직 내부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소통의 결과는 식약처 정책으로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처장은 보통 서류 결재 과정에서 국·과장님과는 자주 만나지만, 과장님 이하의 주무관들은 서류로만 만납니다. 저는 실제 서류를 만드는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 ‘거침없는 톡’을 만들었습니다. 식약처의 미래이니까요. 젊은 직원 10여 명과 만나서 그들이 생각하는 식약처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있고요. 또 ‘리버스 멘토링’이라고 MZ세대로만 구성한 6명의 멘토가 저를 교육시켜 주고 있습니다. 2.5.5톡도 만들었데요. 저와 대화하고 싶다는 직원들 가운데 두 분씩 단독으로 이야기하는 기회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타운홀 미팅 등 여러 가지를 시범적으로 해보고 있어요.”

이미지 크게보기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13일 식약처 영문 표기(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가 있는 휴게공간에 앉아 있다. 박윤슬 기자

―어떤 정책을 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답을 얻으셨는지요.

“당장 2023년 정책이 있고, 2024년 정책도 있겠지만, 저는 5년 후 10년 후의 미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약처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규제입니다. 식약처의 중심축은 심사관들이거든요. 심사의 속도, 심사의 질은 굉장히 중요하고, 이것이 받쳐줘야지, 우리나라 식품 또는 의약품이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사실 우리나라 식약처의 허가를 받으면 외국도 다 인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결국 규제의 질이에요. 그런데 규제는 인공지능(AI)이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합니다. 다만 아직 규제 역량을 강화하는 인프라가 열악합니다. 식약처가 오송으로 내려온 이후에 우수 인력 확보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에요. 저는 규제 역량을 가진 전문가 양성이 식약처의 ‘100년지대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과학혁신법안이 중요합니다. 이 법을 통해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면 식약처의 규제 인력들을 더 전문성 있게 강화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의 10년과 그 이상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지속 가능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제과학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환자가 어떤 신약이 개발되는 데 10년을 기다려야 해요. 규제 속도가 빨라져 5년 만에 나온다면 그분은 좀 더 빨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는 규제 혁신’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국민은 더 좋은 신약을 더 빨리 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산업계 측면에서는 좋은 규제로 좋은 심사를 받으면 해외 수출이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식약처에 오면서 태스크포스(TF)를 두 개 만들었는데, 가장 먼저 만든 게 글로벌식의약정책전략추진단입니다. 그간 식약처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달리 국제사회로 진출하는 글로벌 정책과가 없었습니다. 식약처 소관 물품이 해외로 나갈 때는 많은 규제를 맞닥뜨립니다. 특히 유럽은 식품 분야에서 깐깐하기로 유명합니다. 일반 개별사업체가 유럽의 규제 기관을 상대하기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신 G2G(Government-to-Government)를 하려고 합니다. 현재 식품이나 의약품 등 모든 분야의 애로사항을 수렴하면서, 이들이 국제사회에 나갈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TF에서는 A 국가는 의료기기, B 국가는 식품 등으로 나라별로 어디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어젠다 맵을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이 수출로 나가는 길입니다. 욕심 같아서는 현재 TF를 넘어 이런 것들을 촉진하는 국제 협력국이나 국제 정책국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화장품, 바이오의약품 등 식품의약품은 앞으로의 미래 성장 산업이니까요.”

―이와 관련해 3대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셨습니다.

“3대 규제 행정 혁신 방안입니다. 제약도, 화장품도 미래 산업들이에요. 식품 산업도 닭고기 배양육으로 새로운 제품이 나오듯 미래 산업입니다. 그런 미래의 신산업들에 대해서 규제가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래 산업의 새 길을 만들어가는 규제가 규제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닭고기 세포 배양육을 식품으로 할지 말지가 산업 성장에 있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한 미래의 새 길을 만들어주는 규제가 하나의 규제 혁신이고요. 두 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게 하는 거죠. 10년 걸려 개발될 거 5년 만에 나오게 되면 그건 그만큼 선물이니까요. 그래서 빨리 갈 수 있게 개발 단계부터 밀착 지원하는 겁니다. 세 번째는 낡은 규제는 빨리 과감히 혁신해야 합니다. 규제는 늘 환경과 같이 변화합니다. 예전에는 길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라서 아무도 가지 않는데, 빨간불이 왜 필요하겠어요. 현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낡은 규제는 혁신해야 합니다. 결국 미래의 길을 만들고, 빨리 갈 수 있게 해주고, 불필요한 빨간불을 없애는 것, 이게 행정 혁신입니다.

식약처가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는 국민 안전 프로젝트’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더 좋은 안전한 먹거리, 그다음에 더 우수한 의약품을 빨리 제공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식약처가 되겠습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