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공급 막혀 제품생산 차질
건설노조 파업에 타설 중단도

이승주·박민철 기자, 서산=김창희·포항=박천학·울산=곽시열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8일로 보름째로 접어들어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에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가운데, 일부 석유화학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7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화물연대발(發) 운송중단 피해가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쓰는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 업체 관계자는 이날 “하반기 업황 악화로 석유화학업계 공장 가동률이 이미 떨어져 있던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가동률이 70% 밑으로 내려가는 날도 있다”고 밝혔다. 서산시에 따르면 내수용은 업체별로 전날 20∼130대의 화물차가 제품을 운송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수출은 여전히 막혀 있다.

석유화학 대기업에서 중소협력사로도 위기가 번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생산한 원료를 받아 필름, 페트, 플라스틱 용기, 건축자재 등을 만드는 협력사들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정부 업무개시명령을 계기로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국현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원료를 공급받지 못해 일부 공장은 일주일 이상 가동을 멈추고 있다”며 “피해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플라스틱 건축자재는 건설현장 중단으로 발주가 끊긴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피해 방지를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철강업계에선 경북 포항의 철강 제품 운송이 약간의 회복세에도 불구, 아직 4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평소 일일 출하 물량의 절반 정도인 4000t을 출하했지만 야적장과 주차장 등에 여전히 약 20만t이 쌓여 있는 상태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시멘트는 18만t이 운송되며 평상시의 96% 수준까지 운송량을 회복했다. 레미콘 생산량(35만7000㎥)도 평시의 71%까지 개선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가 화물연대 동조 파업에 들어가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타설공정은 전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