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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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이오필릭 시티(Biophilic city)’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바이오필릭 시티란 ‘인간은 자연환경 가운데 있을 때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바이오필리아(생명 사랑)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미래로 갈수록 녹색에 대한 갈증이 커지기 때문에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에 자연을 가져오자는 것. 서울을 바이오필릭 시티로 가꾸기 위해선 식물의 기반이 되는 땅속의 보이지 않는 토양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토양 상태는 제주를 제외하고는 생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보수성·보비력이 낮은, 생장 부적합 물리성의 토양이다. 특히 화학적 특성에서는 식재 초기 뿌리 발생 및 뿌리 내림과 같이 식물 전체의 생장량에 영향을 미치는 인산(phosphoric acid)을 비롯해 생장에 필요한 양분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토양은 더 열악하다. 지하철이나 대규모 아파트 등 개발로 인해 자연 지반이 사라지면서 많은 양의 지하수가 버려지고 지하수위는 낮아져 황폐한 토양의 땅으로 변했다. 땅속 빗물 유입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미래 땅속의 토양은 완전히 황폐한 땅으로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특히, 경인고속도로를 지하화해 상부에 ‘국회대로 공원’이 조성되는 도로부지에 만들어지는 녹지 토양의 경우 더는 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이다. 터널을 조성하고 터널 상부의 흙을 다져 공원 조성 부지가 만들어지면 유기물의 양호한 토양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지반 위에 눈에 보이는 식물에만 관심을 두고 공원을 조성한다면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불량한 식재 경관으로 쇠퇴하는 공원을 시민들이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고사하면 다시 심고 또 죽으면 다시 심는 것을 반복하면 되지만, 예산 낭비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할 때 황폐한 땅속을 양분이 있는 토양으로 개량해 땅속이 건강해지는 데 우선 재원 투자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바이오필릭 시티로 조성될 수 있다. 아름다운 경관, 즉 땅속도 건강하고 땅 위의 식물도 아름다운 속과 겉이 모두 아름다운 공원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공원 녹지 분야의 많은 사업을 시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땅속의 토양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흙으로 토양을 바꾸면 어떻게 식물들이 반응하고 변화하는가를 우리는 보아야 한다. 식물이 스스로 기뻐서 자라고 모습을 뽐내고 시민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