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피해 ‘눈덩이’… 12일만에 3조 넘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12일째로 접어든 5일 서울 한 주유소 입구에 화물연대 파업 규탄 문구가 붙어 있다. 이 문구를 붙인 주유소 점주는 “지난 1992년부터 주유소를 했지만 인근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입한 것은 처음”이라며 “파업도 좋지만 영업에 많은 지장까지 주면서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유 · 철강 · 자동차 출하 차질
항구 봉쇄로 수출도 전면 중단
기름 품절 주유소 88곳으로

시멘트 · 레미콘 운송 일부 회복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12일째를 맞으면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고 있는 정유, 철강과 함께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파업 피해가 확대일로다. 정부 집계 결과 화물연대 철강·석유화학·정유·자동차·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만 출하 차질에 따른 피해액이 3조263억 원에 달해 지난 6월 파업 때 피해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지난달 29일 정부의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이후 파업 초기 직격탄을 맞았던 시멘트·레미콘 업계에서 운송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현장의 레미콘 타설도 이날부터 일부 재개됐다.

이날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4일까지 철강업계의 출하 차질 물량은 주요 5개사에서 79만t, 금액으로는 1조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제품 출하는 사실상 100% 중단됐다. 포스코는 일일 2만7000t, 현대제철은 5만t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출하 지연이 길어지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 산업으로 생산 차질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여파로 추가 감산을 살피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1∼2일 후 추가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겪어 봐서 이번에는 사전에 야적장을 추가 확보했지만, 그마저 70∼80%가량 들어찬 상태”라며 “내수는 20∼30%라도 출하가 되는데, 화물연대가 항구를 막아 컨테이너를 못 가져와서 수출은 아예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석유화학 업종 피해 추산액은 현재까지 1조173억 원이다. 공장 가동률이 더 떨어지면 하루 1200억 원씩 피해가 예상된다. 정유업계(누적 피해액 5185억 원)는 전날 오후 기준 재고 소진 주유소가 88곳으로 늘었고, 수도권을 넘어 충청·강원권으로 품절 사태가 번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멘트 운송량은 화물연대 파업 이전의 80%까지 회복됐다. 이에 힘입어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도 레미콘 타설 공정이 일부 재개됐다. 6일부터는 시공사업단 4개사 현장 모두 타설 작업을 재개하기로 레미콘 업체들과 협의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지난 2일부터 레미콘이 소량 입고됐다”며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하는 화물연대 차량이 레미콘 공장 입구를 막는 등 아직 정상화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레미콘 입고가 이뤄지면 공기 지연은 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 이후 레미콘 타설에 다소 숨통이 트여 다른 현장들도 조금씩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수송이 재개돼도 레미콘 공급에 시차가 있어 타설 공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1269개 현장 중 751곳에서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승주·김성훈·황혜진·박민철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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