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파업불참 차주 협박하는 노조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화물 차주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화물연대 운송거부 파장 확산

둔촌주공 타설작업 전면 중단
259개 건설현장 줄줄이 피해

여수산단 2주 파업땐 가동 못해
자동차·철강 등 기간산업 타격

정부 “하루 3000억 손실 우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닷새째 총파업을 벌인 28일 전국산업현장에서 물류 마비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자동차, 철강, 시멘트, 정유 등 국가 기간산업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과거 사례를 볼 때 하루에 약 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계는 “생산제품 납기 지연, 원·부자재 조달 곤란 등 문제로 해외 우량 고객마저 중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빠져나갈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5개 주요 건설·자재협회는 “화물연대가 국가 물류 등을 볼모로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 달 초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전면 중단된 상태였다. 이날 현장 근로자들은 근심 섞인 표정으로 공사 진행 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

공사 책임자는 “설비와 조적(벽돌 등을 쌓아 올리는 것) 작업은 기존 재고로 마감 공사를 하고 있지만, 레미콘 타설이 불가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골조 공사가 올스톱됐다”며 “4000여 명의 현장 인부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놓는 상황이 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개 현장에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수도권 시멘트 물량의 15%를 공급하는 서울 은평구 수색역 인근 시멘트 출하기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데 쓰이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수십 대가 출하 움직임 없이 ‘개점휴업’ 상태였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수색 영업소에서만 우리 회사에서 하루 4억5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 소속이 아닌 다른 차량으로 오늘 아침에 1대를 출하한 게 전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일 기준 현대제철은 5만2000t, 포스코는 3만5000t가량을 출고하는데, 긴급 물량을 제외하곤 육로 운송이 중단돼 공장에 제품이 쌓이고 있다. 철강 출하에 제동이 걸리면서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더는 재고 차량을 소화할 수 없어 출고장·물류센터로 ‘로드탁송’(판매용 차량을 운전해서 운송)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 업계의 경우 일일 출하량의 절반가량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저장탱크 최대 한계인 2주 이상으로 파업이 길어지면 천문학적 손해가 불가피한 처지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하루 매출이 3000억 원에 달한다”며 “공장을 한 번 끄면 재가동하기가 만만치 않아 파업 장기화 시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는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32개 사로부터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 등 56건의 피해·애로신고가 접수됐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파업 쟁점인)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화물차 교통사고가 2020년 674건에서 되레 지난해 745건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 등 5개 주요 건설·자재협회는 “법을 무시하고 자신들 이익 챙기기에 골몰해온 노동단체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준영·김대영·김성훈·황혜진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