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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100세 시대 名士의 건강법

매사에 무리 안하고 하루 8시간 숙면…반려견과 매일 산책

박현수 기자
박현수 기자
  • 입력 2022-11-24 09:24
  • 수정 2022-12-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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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매사에 무리하지 않고, 잘 자고, 잘 먹는 것이 건강비결"이라며 활짝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직함앞에 늘 ‘여성 최초’수식어
크로스컨트리 폴을 이용해 걸어
바른 자세 만드는데 큰 도움 돼

치아도 튼튼, 청력도 매우 건강
無病은 유전자 건강한 조상님 덕

올해만 벌써 세 차례 해외여행
음식 안 가리고 하루 세끼 챙겨


이인호(86)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여성계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직함 앞에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 2학년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해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한국 여성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원로 역사학자다. 미국 컬럼비아대, 럿거스대, 고려대·서울대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한국 최초 여성대사로 주핀란드,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그 후 한국국제교류재단, 아산정책연구원, KBS 이사장으로 일했으며 신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를 만난 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 있는 바비엥에서 한강포럼(회장 김용원)이 주최한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 초청 조찬 포럼 장소였다. 7시 30분에 시작, 질의 응답을 포함해 보통 9시에 끝나는 포럼은 이날 30분이나 늦게 끝났다. 이 교수 등이 류 전 장관에게 질의를 계속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전히 학구적 집념이 강한 그는 이날 “독일 통일 과정 등과 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열리는 포럼에 자주 참석하는 모범 회원으로 이 자리에서 강연도 수차례 했다.

인터뷰는 문화일보 회의실로 장소를 옮겨 계속 진행했다. 건강 얘기가 나오자 가장 먼저 “하루 8시간 충분한 숙면”을 꼽았다. “잘 자는 것이 건강 비결 중 하나”라고 했다. 보통 밤 11시쯤 잠자리에 들어 오전 7시쯤 일어난다. 먼저 하는 일은 반려견을 데리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강시민공원에서 30~4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이다. 3년 전 손녀가 생후 2개월 된 강아지를 얻어왔다고 했다. 반려견과의 산책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녁에도 한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운동량은 적지 않다. “강아지와도 서로 내적 교감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산책에서 눈에 띄는 그만의 특징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장비인 폴을 양손으로 짚으며 걷는 것이다. “두 발보다는 아무래도 네 발로 걷는 것이 안전하고, 팔운동과 바른 자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3년 전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있어 조금 고생을 했다. 병원에 가보니 척추 마지막 부분에 이상이 생겨 다리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때부터 물리치료와 함께 공원에 설치돼 있는 윗몸일으키기 기구를 이용해 누워서 허리와 척추 펴는 운동을 하니 몇 달 지나는 사이 다리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됐다. 폴을 이용해 걷는 것도 이 무렵부터다. 등산할 때 스틱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사는 가리지 않고 골고루 규칙적으로 하루 세 끼 잘 챙겨 먹고 외식은 가능한 한 하지 않으려 한다. 식사를 잘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 듯하다. 오복 중 하나인 치아가 튼튼해 보인다. “지금까지 병원 중에서 치과를 가장 많이 다녔어요”. 그만큼 치아를 세심하게 관리했다는 이야기다. 웃을 때 가지런하고 건강한 치아가 잘 드러났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8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적고, 감당하지 못 할 큰 책임은 가급적 피하면서 살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지식인으로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인물’로 기억되기를 원하며 지금도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대화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청력도 매우 건강했다. 헬스클럽도 다니지 않고, 골프 등 특별한 운동도 하지 않고 있지만, 아픈 곳도 없다고 한다. “무병한 것은 유전자가 좋은 조상님들 덕분”이라면서 장수한 집안 내력을 설명했다. 어린 시절 증조할머니·할아버지와 4대가 함께 살았고, 증조할머니는 92세까지 사셨다. 모친은 103세에 돌아가셨고, 부친도 88세까지 사셨다. 6남매 가운데 3명이 80대지만 올해도 6남매 내외들이 모두 함께 여행할 정도로 건강하다. 수출입은행에 다닌 이선호, LG 맨 이문호가 바로 아래 남동생들이다.

이 교수는 보름 전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혼자서’ 10일간 일정으로 러시아를 둘러보고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현지 상황이 궁금해서다. 현지 지인들을 방문하는 것도 주요 목적이었다. 이달 말 지인과 홍해로 크루즈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세 번째 해외여행이다.

그러나 이 교수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무엇보다 매사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도 적고, 감당하지 못 할 큰 책임은 가급적 피하면서 살았다”고 했다. 공직과 정치 참여 요청도 많았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강요받는 게 싫어서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정신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게 지식인으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또 다른 건강 비결을 들면 대중교통 이용이다. 만보기 체크까지는 하지 않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반려견과의 산책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발걸음을 짐작하면 하루 약 1만 보는 돼 보였다. 틈틈이 매체에 글도 쓰고, 강연 요청이 오면 지방도 마다 하지 않고 기꺼이 간다. 지지난 주에는 강원 양구군 보건소 초청으로 강연을 다녀 왔다고 했다.

■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걸어온 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1936년 서울 북아현동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3남 3녀 가운데 맏이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8.15 광복을 맞았다. 서울사대부고를 다니며 ‘약소민족의 서러움’소리를 많이 들어 역사에 호기심이 생겼고, 특히, 어려서부터 외할머니를 통해 들었던 역사 이야기와 아버지의 서재에 꽃인 수많은 역사서는 소녀 이인호를 사학도의 길로 이끌었다. 그래서 사대부고를 졸업하면서 서울대 문리대 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전에 유학을 간 것은 학교 성적과 미국 군인 4명과 함께 치른 SAT시험 점수가 서로 맞았던지 지원해 보았던 웰즐리대(Wellesley College)에서 생활비까지 포함한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우리 국민소득은 60달러 정도였는데 미국 대학 학비는 2000달러나 됐다.

졸업 후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해 러시아사를 전공했고 1967년 한국 여성 처음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 유학 생활 중 한국에는 단 한 차례만 다녀갔을 정도로 항상 시간에 쫓기는 삶이었고, 방학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로 책값과 용돈을 벌어야 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콜롬비아대 바아나드칼리지와 럿거스대에서 조교수로 강의 하다가 1972년 16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957년 미국 웰슬리대학 유학시절 친구들과 기숙사 방에서 찍은 사진으로, 가운뎃줄 가장 오른쪽에 앉은 이가 이인호 교수다.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지낸 거의 15년 간 학생 데모 속에서 살아야 했으며 1979년 서울대로 옮긴 후에는 러시아연구소를 창립해 초대소장을 맡았고, 한국서양사학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 세계화추진위원, 통일자문위원, 여성정책자문위원 등으로 정부 일을 도왔고, 사회활동으로는 청소년자문위원, 크리스챤아카데미 운영위원을 지낸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교수직을 떠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공직 제의를 여러 번 거절했으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국 첫 여성대사로 발탁되면서 대학을 떠났다. 대통령이 여성대사를 임명하기로 어렵게 결단을 내렸으니 누군가 첫 번째 테이프를 잘 끊어야 한다는 여성계의 요청도 있었고, 전공이 서양사이고 외국 생활도 오래 했기 때문에 남보다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어 결국 수락했고 전공분야인 러시아와 가까운 핀란드를 자원했다. 그 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그를 4강 중 하나인 러시아 대사로 발탁했다. 2000년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맡아 국제사회에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2002년에는 러시아 외교아카데미 명예교수로 추대됐고, 상뜨뻬쩨르브르그시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201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비롯해 2011년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 201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시장경제대상 공로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저서는 지식인과 역사의식(1980년, 문학과 지성사), 러시아 지성사 연구(1981년, 지식산업사), 푸슈킨이 살아 있는 나라-러시아는 어떤 이웃인가?(1996년, 정우사),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2009년, 기파랑)등 다수가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지식인으로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인물’로 기억되기를 원하며 지금도 우리 역사 바로 알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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