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자주포를 사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쇼이구 러 국방장관 TV에서 밝혀
우크라 “러시아군 아직 주둔…철수했다고 하기엔 일러”


러시아군이 점령지였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에서 9일(현지시간) 철수하고 방어선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헤르손에서 철수하고 드니프로 강 동쪽 건너편에 방어선을 구축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지역 러시아합동군 총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이날 TV로 방송된 논평을 통해 “더는 헤르손 시에 보급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쇼이구 장관은 이에 “당신의 결론에 동의한다, 군대를 철수해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맞붙은 요충지 헤르손주는 다른 3개 우크라이나 영토와 함께 주민 투표와 의회 승인을 거쳐 지난달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으로 러시아 합병 절차를 완료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이곳에서 러시아 점령지 약 500㎢를 수복한 데 이어 대규모 공세를 펴며 탈환을 시도해왔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8개월 동안의 전쟁에서 점령한 유일한 주도가 헤르손시라며 철수가 큰 좌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행정부는 드니프로강 동쪽 새 본부로 도피했다. 러시아 측은 지난달 19일 헤르손 시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철군 발표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로이터 통신에 “일부 러시아군이 아직 헤르손주에 주둔하고 있어 철수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트위터에도 “행동이 말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며 “러시아가 싸우지 않고 헤르손을 떠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하르키우와 리만 등 점령지를 잇달아 우크라이나군에 내주며 고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헤르손시에서 철군한 것은 흑해,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헤르손 일대마저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뉴욕타임스(NYT)는 “헤르손 시에서 러시아의 후퇴는 전략적으로나 상징적으로나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