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과거 ‘윤정부 퇴진’ 외쳤던 단체…전국 8개 지역에서도

권성동 의원, “인간의 도덕적 공감을 당파적 악용” 비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이후 첫 주말인 5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과 전국 대도시에서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집회를 취소한 가운데 추모집회 개최에 나선 진보단체들이 그동안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했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태원 참사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이태원에서 희생된 분들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이 될 수 있게 힘과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당초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못해 서울시청으로 장소를 옮겼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열두번이나 집회를 연 진보성향 단체다.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지난달 29일에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회원들에게 경기 수원에서 5시 수원역 11번 출구 앞과 전북 부안 5시 부안 고려정형외과 앞을 비롯해 부산과 광주, 춘천, 대구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집회를 갖는다고 공지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추모 메시지 쓰기 등 사전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오후 5시부터 본 집회에 들어갔다. 원불교와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각 종교에서 마련한 종교의식과 추모시 낭송과 추모 연주 등 문화행사 등도 진행했다. 촛불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숨김없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며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행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집회에서 “우리 사회가 다시는 무책임한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 참사발생국으로, 후진국으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 도심에선 청년진보당의 희생자 추모행사를 포함해 집회 약 20건이 열린다. 경찰은 기동대 20개 부대(12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진보단체와 달리 보수진영에서는 국가애도기간인 점을 고려해 집회를 대부분 취소했다. 전광훈 목사가 대표인 자유통일당 등은 매주 종로구 동화면세점 일대에서 대규모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이어왔지만 참사 이후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5일에는 집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수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오후 5시부터 삼각지역 인근에서 맞불 집회 성격의 ‘윤석열 정부 퇴진 반대 및 추모집회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진보단체들의 촛불집회에 대해 “타인의 비극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늘 이태원 사고 추모를 명분으로 ‘촛불승리전환행동’이란 단체에서 집회를 연다고 한다”며 “소위 ‘촛불행동’은 지난주까지 집회에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던 단체”라고 밝혔다. 그는 “통합진보당 청소년 비대위원장 출신이 대표로 있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역시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문을 내고 다음 주 촛불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청년진보당도 추모집회를 연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장했던 진보대학생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타인의 죽음 앞에서 정적 제거를 떠올렸다. 인간의 도덕적 공감을 당파적으로 악용했다. 이것이야말로 도덕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부정”이라며 “타인의 죽음마저 정쟁의 자원으로 소비하는 운동업자에게, 비극은 산업이고 촛불은 영업이고 선동은 생업”이라고 비판했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