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 ‘첩보 삭제’ 진술 확보한 듯
노영민·박지원 순차 조사 전망

고인 입었던 구명 조끼에 ‘중국 간체자’
유족측 “당시 중국어선 조사를”

검찰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월북 몰이’를 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인 서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조사뿐 아니라 감사원 조사를 거부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지난 24일 서 전 장관 조사에서 서 전 실장의 지시로 서해 공무원의 자진 월북 판단과 이 판단과 배치되는 첩보 삭제 등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장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9월 23일 새벽에 이뤄진 관계장관회의 후 이 씨 사망 경위가 담긴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고, 그간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구속 후 첫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하면서 윗선 수사에 탄력을 받게 됐다. 같은 해 9월 24일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던 김 전 청장도 국가안보실의 대응 지침을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9월 23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서 전 실장뿐 아니라, 노영민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박 전 원장에 대해서도 순차적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국가안보실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한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조사 기록을 넘겨받아 이들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장관 등과 공범 의혹을 받는 서 전 실장과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27일 국회에서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씨가 사망 전 북한군에 발견될 당시 입고 있던 구명조끼에 적힌 한자(漢字)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簡體字)’로 밝혀진 데 따라 국방부에 해당 어선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