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시청 10층에 걸린 엑스포과학공원 야경 사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선규 기자

■ 민선 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이장우 대전시장

대덕특구 50년…R&D기능 확장
테스트베드·실증화 센터 등 설치
세계적 융복합 혁신지구 만들 것

‘기업금융 중심’ 지역은행 추진
대전천 개선… 수영대회도 고심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이장우 대전시장은 힘이 넘쳤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생글생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고 뭐라 규정할 수 없지만 밝고 선한 에너지를 계속 발산하고 있었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나브로 그의 기운에 동화될 것 같았다. 힘 좋은 시장답게 민선 8기 대전시장 취임 후 그는 방위사업청 조기 이전, 우주산업클러스터 대전 참여 등 굵직굵직한 각종 사안을 많이 해결해냈다. 이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추진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추진력이 강하다 해서 붙여진 ‘탱크’라는 별명에 대해 다소 불만이다. 탱크라는 단어 뉘앙스상 개념 없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생각하고 달리는 탱크’인데 ‘달리는 탱크’로만 인식돼 약간 속상하다고 했다. 게다가 ‘재미’까지 신경 쓰는 사람인데. 그가 어떤 생각, 어떤 구상을 갖고 대전 탱크를 몰고 있는지 많이 궁금했다. 대전을 어떻게 ‘노잼도시’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지 가볍게 질문을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대전은 노잼도시로 불린다. 재미없는 도시란 의미다. 사실 대전하면 특징도 별로 없고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어떻게 ‘꿀잼도시’로 만들 수 있나.

“내년 여름을 기점으로 대전은 노잼도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내년 여름 광복절 전후로 옛 충남도청과 대전역 사이 중앙로 도로에서 한여름 밤의 축제를 열고자 한다. 한여름에 다량의 물을 뿌려 관객들을 흠뻑 젖게 만드는 가수 싸이 공연을 도로에서 확대·재현할 방침이다. 중앙로 1㎞ 구간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한 시간에 한 번씩 물로 적셔주려 한다. 싸이가 수락할지 모르겠지만 싸이를 초청하고 싶다.”

―그게 가능한가. 그리고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16년 전 대전 동구청장을 했을 때 규모가 작긴 하지만 실제로 한 적도 있다. 이후 중단됐지만 말이다. 여름이면 모두 바다로, 강으로, 산으로 가는데 발상을 달리해 도시 한복판으로 와라. 핫한 휴가를 즐기게 해주겠다. 역발상이 행사의 콘셉트다. ‘대전발 0시 50분’에서 아이디어를 따 왔다. 도로를 차단하고 자정에 행사를 시작할 것이다. 행사 시간에 맞춰 서울, 부산, 목포 등에서 열차를 올라오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대전천의 수질도 개선해 ‘달밤의 수영대회’도 개최하려 한다. 안전은 물론 중요하다. 당연히 치안 협조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행사는 과감하게 치를 것이다. 그래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탱크 맞았다. 한번 결정하면 쭉쭉 밀고 나가는 습성이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내년 정도면 코로나19 등 방역에 대한 우려도 많이 가실 테고 우연한 계기를 통해 대전 한여름 밤의 축제가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도 있다. 갑자기 꿀잼도시로 비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원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방위사업청 대전 조기 이전도 그래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충청의 아들’ 윤석열 대통령과는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그 덕을 봤다기보다는 소통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 업무 스타일에 맞춰 자주 소통하면서 방사청 조기 이전 필요성 등을 강하게 피력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대통령은 직접 전화를 준다. 중간에 부하 직원이 바꿔주거나 하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도 본인이 직접 받는다.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에 방사청을 대전으로 이전해서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권의 많은 도시에서 방산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대전은 우주산업 클러스터 거점 도시 선정 과정에서 뒤늦게 합류했다. 이 역시 이 시장의 추진력이 빛을 발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주항공청이나 생산 기지 등은 경남에 두더라도 우주산업 관련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대전에서 키워야 한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우주산업 관련 기업이나 기관이 20개 넘게 있다. 특히 관련 연구기관들이 대부분 대전에 있다. 다만 정부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거점 도시 선정 과정에서 경남, 전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준비를 열심히 하지 못해 처음에 탈락 위기까지 간 것 같다. 이후 우주산업 연구·개발(R&D) 클러스터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는데 이를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대전을 제외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뒤늦게 주장했고 다행히 정부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방산기업이나 우주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 않냐. 기업 지원 특화 은행 설립 주장은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대전시는 지난달 15일 방사청 등과 방사청 대전 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상반기 방사청장과 지휘부 300여 명이 먼저 대전으로 내려오고 2027년까지 전체 부서가 이전을 완료키로 했다. 이 시장은 방사청 대전 이전 조기 추진을 위해 윤 대통령에게 방사청 조기 이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이전 기본설계비 등을 거듭 건의했고 결국 승낙을 얻어냈다. 새 정부는 지난 8월 국내 우주산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면서 우주산업 클러스터 거점 도시로 경남(위성 산업), 전남(발사체 산업) 등과 함께 대전(연구·인재 개발)을 선정했다. 당초에는 경남, 전남 두 곳만 정했으나 이후 대전이 추가됐다.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은행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조정되고 있나.

“은행이 점포를 두는 시대는 퇴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전에 기업 지원에 특화돼 있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은행 업무도 하지만 충청 지역에 있거나 혹은 들어서게 되는 각종 방산과 우주산업 기업 지원을 주로 하는 은행을 설립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충청지역 지방은행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긴 하나 접점이 많기 때문에 합리적인 통합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대덕연구단지가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제2의 부흥기를 위한 계획은 있나.

“지난 50년간 많은 성과를 거둔 대덕특구의 과학 연구개발이 이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사업화하는 거점으로 한층 성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역시 대덕특구를 높이 평가, 과학을 선도하는 메카로서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대선 공약으로 유성구에 660㎡(200만 평) 규모의 제2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할 것을 확정했다. 조성된 제2 대덕연구단지에는 대덕특구 R&D 기능을 확장하고 연구성과 테스트베드와 실증화 지원센터, 나노종합기술연구원 등을 설치해 세계적인 융복합 신기술 혁신지구로 만들 계획이다. 카이스트에 나노종합기술원이 있는데 우리나라 나노반도체 R&D 성과물이 축적된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 박사급은 100명밖에 없다. 이걸 1000명으로 늘려서 초격차 반도체 연구기관을 대전에 세우려 한다. 그게 바로 나노종합기술연구원인데 향후 독립 연구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R&D에 특화된 경제 도시가 바로 대전의 목표다.”

■ 이 시장은…

41세 최연소 대전 동구청장 선출… “장비 무력·제갈량 지략 갖춘 사람” 평가도

‘장비의 무력과 제갈량의 지략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

최근 대전시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이 이장우 대전시장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저돌적인 추진력에 치밀한 지모까지 갖춘 정치인이라는 찬사다. 이 시장도 최근 주변에 “남들은 저보고 탱크, 불도저라고 부르지만, 알고 보면 제가 주도면밀한 사람”이란 말을 자주 한다. 이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현역이던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윤석열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워 2.4%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조직총괄 부본부장을 지낸 이 시장의 시장 선거 홍보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라는 단어와 사진이 곳곳에 등장했다.

이 시장은 충남 청양군 남양면 시골 마을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형적인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자서전에서 “콩밭, 구기자밭에서 풀을 많이 맸지만 담배 농사가 가장 힘들었다. 16살 때 연합고사 응시를 위해 대전에 온 것이 가장 먼 길의 여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삶은 대전고를 졸업한 뒤 대전대에 입학해 1987년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이양희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6년 41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로 대전 동구청장에 선출됐고, 이후 19·20대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광역단체장에 올랐다. 대형 현안사업들을 관철시키는 그의 돌파력은 정평이 나 있다. 동구청장과 재선 의원을 거치면서 ‘0시 축제’ 개최, 복합터미널 신축, 동구청사 이전, 홍도육교 지하화, 대전역사 증축 등을 추진해 ‘일로 승부하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축적해 나갔다.

이 시장은 평소 서경(書經)에 나오는 불위호성(不爲胡成·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이란 글귀를 좋아한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앞장서 행동한다는 것이 그의 정치철학이다. 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다.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보니 ‘안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를 아는 지인들은 “영호남 패권주의가 지배적인 중앙 정치무대에서 충청과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대변하는 몇 안 되는 강골 정치인이자, 지역 발전에 진심인 정치인’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고(故) 이완구 총리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고 있고, 김태호 전 경남지사·김태흠 충남지사와 막역한 관계다.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1965년생(충남 청양) △민선 4기 대전 동구청장 △19·20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원내부대표·원내대변인·당 대변인·최고위원 △대전대 대학원 경영행정학 석사·행정학 박사 △사회복지사 1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