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만난 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이 자전거 타기를 하던 중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주 4일 정도 1시간 30분씩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 100세 시대 명사의 건강법-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

바둑 대중화 공헌한 주인공
대중교통 이용 30년째 헬스
스트레스와 긴장이 암 불러
긴장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
적정량의 단백질을 꼭 섭취
과유불급을 평생 중요시 해
모든 일은 순리대로 따라야

글·사진 = 박현수 기자

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을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지난 13일 만났다. 30년 가까이 서초구 잠원동 자택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고 있다. 강단 넘치는 작은 체구에 우리 나이로 90세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해 보였다. “어딜 가도 또래 친구들보다 몇 년은 젊어 보인다고들 해요. 허허허.” 목소리도 비교적 컸고, 발음도 또박또박했다.

건강 비결은 “특별히 없다”면서도 ‘절제하는 생활’을 가장 먼저 꼽았다. 술은 종류에 관계없이 3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계기가 있었다. 처음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털어놨다. 66세 때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지금과 달리 그 무렵 대장암 판정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하고 당시 삶을 포기했었다”고 회고했다. 담배도 골초였으나 끊었다. 이때부터 헬스클럽을 다니기 시작해 주 4일, 1시간 30분 정도 운동을 한다. 주로 러닝머신으로 걷는 것과 자전거를 탄다.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이 암을 불러왔다고 판단해 암 수술 이후로는 가능한 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긴장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건강관리를 잘한 덕분에 지금은 완치된 상태고, 다른 병 없이 건강하다. 보청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대화가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청력도 건강하다.

밥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아침 식사는 주로 우유와 커피, 빵 한 조각에 과일 한쪽. 오찬은 대부분 모임에 나가 지인들과 가리는 것 없이 먹고, 저녁 식사는 견과류와 고구마, 떡 한 조각이 전부인 소식이다. 다만 적정량의 단백질은 꼭 섭취하고 있다. 보통 11시 30분쯤 잠자리에 들어서 오전 6시에 일어난다.

1957년 서울신문 수습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해 조선일보를 거쳐 경향신문 정치부장과 주일 특파원, 논설위원을 지냈다. 1973년 KBS가 문화공보부 소속 중앙방송국에서 독립 공영조직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보도국장으로 발탁됐다. 1981년 코리아헤럴드로 자리를 옮겨 사장과 내외경제신문 사장도 역임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노원케이블TV 사장,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 40여 년간 언론인 외길을 걸었다. 현재 대한언론인회 자문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난 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이 헬스클럽 운동에 앞서 커피숍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건강 비결은 "특별히 없다"면서도 ‘절제하는 생활’이라고 말했다.

오랜 언론인 생활로 뉴스가 몸에 밴 탓인지 일어나면 처음 하는 일이 조간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이다. 신문은 네 가지나 구독하는데 9시까지 읽는다. 그리고 일본 NHK 뉴스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시청한다. “습관이 돼서 그렇다”고 했다. 일과 중 독서와 글쓰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훈통신’과 ‘대한언론’ 등 각종 매체로부터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쓰고 있다.

그는 바둑 예찬론자다. 바둑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바둑을 제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했다. 오락으로는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골프 등 다른 것들은 날씨에 좌우되지만, 바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고, 바둑판과 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둘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돈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두뇌 훈련에는 바둑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기억력이 대단했다. 사람 이름과 사건 연도를 막힘없이 들려줬다. 그의 바둑 실력은 아마추어 3급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둑과 인연이 깊다. 주일 특파원 시절 일본서 조치훈이 12세였을 때 입단 대국을 취재했다. 이후 조치훈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가 사인한 바둑판을 지금도 갖고 있다. KBS 총국장 시절 ‘KBS 바둑왕전’이라는 프로그램을 국내 처음으로 만들어 바둑 대중화에 공헌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공로로 “당시 조남철 이사장 시절 한국기원이 주는 ‘아마추어 3단 증서’와 조훈현 이사가 선물로 주고 사인한 바둑판을 ‘가보’로 애지중지 모시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 살 어린 부인도 건강하며 친구처럼 지낸다고 했다. 부인과의 슬하에 1남 4녀를 뒀다. “제가 외아들이라 첫아들을 놓고 한 명 더 놓으려 했는데 계속 딸이었다”며 웃었다. 아들 정욱 씨는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다.

그는 끝으로 평생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얘기했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모든 일은 억지로 하지 말고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

■ 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이 걸어온 길

1933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났다. 강릉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대학원 신문연구소에서 수학했다.

1957년 서울신문 수습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걷기 시작해 조선일보를 거쳐 경향신문 정치부장과 주일·주월 특파원, 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1973년 8월 그는 활자 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자리를 옮겼다. KBS가 문화공보부 소속 중앙방송국에서 독립 공영조직으로 출범하면서 초대 보도국장으로 발탁됐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윤주영 당시 문화공보부장관 권유 때문이다. 이후 이사 겸 방송총국장을 지냈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이 출범하자 KBS를 그만뒀다. “정권 교체 뒤 사장이 바뀌는 등 새 정부 사람들로 물갈이 되어 물러날 때가 된 것 같아 자진 사퇴를 했다”고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에 있는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만난 최서영 전 코리아헤럴드 사장이 운동기구를 이용하던 중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날 평생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얘기했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모든 일은 억지로 하지 말고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

1981년 방송계를 떠나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 전무로 갔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경영합리화를 위해 경제지 복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폐간 된 지 9년 만에 ‘내외경제’를 복간했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CEO 임기 3년을 마친 뒤 코리아헤럴드·내외경제 사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언론현장에서 물러난 뒤 1993년부터 6년 동안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등 방송위원으로 활동하며 방송에서 쌓은 경륜을 펼쳤다. 방송과의 인연은 케이블TV 지상파로 연결됐고, 대농그룹이 경영권을 따낸 노원구 케이블TV 사장으로 발탁됐다. 3년 동안 재직하며 초창기 케이블TV 정착에 공헌했다. 다양한 경륜과 폭넓은 인맥, 그리고 성실함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밖에 서울언론재단 이사,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관광공사 이사 등을 거쳤다. 언론계를 은퇴한 뒤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대전 한남대 초빙교수로 1999년부터 3년 동안 신문과 방송매체의 체험적 실무지식을 가르쳤다.

강원 출신 뛰어난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동곡 언론상’과 “유신은 지지하지 않았지만, 농촌을 잘 살게 하자는 새마을운동만큼은 지지해 KBS 보도국장 시절 9시 뉴스에 새마을운동을 적극 보도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최 전 사장은 지금까지 4권의 저서를 펴냈다. 그중 하나가 한남대 초빙교수 시절 강의 노트를 토대로 ‘한국의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북스, 2002)이다. 지금도 대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자서전 격인 ‘한 언론인의 비망록-내가 본 현장 여울목 풍경’을 출간했다. 오랜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3김’의 장·단점과 일화를 비롯해 역대 정권에 얽힌 비화 등을 수록했다. 수필집 ‘내 마음의 작은 동네’(2014)도 있다. 기자 생활의 습관으로 글을 읽을 때나 여행을 할 때마다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메모해 엮어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단법인 대한언론인회에서 발간한 역작 ‘언론계 거목들’ 2편 공저가 눈에 띈다. 탁월한 TV방송 설계자 최창봉 선생을 비롯해 한국 언론사에 큰 족적(足跡)을 남긴 언론인 아홉 분의 언론 인생 외길의 삶과 언론 철학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