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술핵 공유 등 필요”
“북핵 정당화될 수도” 반론도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핵을 사용한 선제공격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핵으로 대응하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전략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만으로는 북핵 위협이 해소될 수 없는 만큼 미·소 합의로 철수했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으로 미국 전술핵을 공유하는 방안, 한국 자체적으로 핵을 무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핵 대 핵 카드를 사용할 경우 북한의 핵 보유 정당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비핵화 협상이 핵 군축협상으로 전락할 수 있어 실익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핵 옵션’을 계속 포기하는 한 북한은 남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무시하면서 위협 수준을 계속 높일 것”이라며 “한·미 정부는 북한 비핵화라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집착하고 있어 핵 위협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핵보다 나은, 핵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체제 안전 보장은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북한 핵의 불가역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비한 우리의 핵전력 보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누구도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거나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의 수준으로 강화된 북한의 핵 위협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은 이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국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백해무익”이라고 지적했다. 양 총장은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견지해 왔기 때문인데 이를 버릴 이유가 없다”며 “미국의 핵우산에 근거했던 한·미 동맹에서 양국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종민·김유진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