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가한 러시아로 인해 우크라이나 곳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지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공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시민들은 러시아가 일으킨 생생한 공습현장을 촬영해 온라인 상에 공유하기도 했다. 키이우 상공에 나타난 러시아의 미사일은 먹잇감을 노리듯 도시 상공을 활강하다 그대로 건물들 사이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켰다.

이미지 크게보기한 트위터 이용자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지인이 촬영한 내용이라며 러시아의 미사일이 도심에 떨어지는 영상을 게시했다. 트위터 캡처

이날 수도 키이우에는 곳곳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져 검은 연기와 불길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길가에서 피를 흘리며 응급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도로와 차량이 불타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영상에서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도시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경찰청과 국가 긴급구조대, 관련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국적으로 11명 이상 숨지고 64명이 부상했다. 인명 피해는 집계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군이 미사일로 공습한 지역을 열거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서부 르비우와 중부 드니프로, 동남부 자포리자, 북부 수미, 동북부 하르키우 등 피해 지역은 전국적이었다. 총 10개 지역에 걸쳐 12개 도시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에너지 등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공습에는 수십 발의 미사일과 더불어 이란산 무인공격기도 동원됐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습이 지난 8일 있었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있는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공습이 이틀 전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동시에 향후에도 동일한 일이 생기면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오늘 아침 국방부의 조언과 참모장의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며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이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측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을 명분으로 악화된 전황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북부와 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수복 작전에 고전해온 러시아로서는 크림대교 폭발 사고를 계기로 강력한 보복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이번에 발생한 민간인 지역 등 도심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오히려 만행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상대로 시작한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다시 보여준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계속해서 러시아가 침략에 대한 비용을 치르게 하고, 푸틴과 러시아가 잔혹 행위와 전쟁범죄에 대해 책임지게 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지역 방문 중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민간인을 대상으로 고의로 공격했다”며 “이는 이번 전쟁 본질에 엄청난 변화”라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11일 화상으로 긴급 회담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