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혈압계·세탁기 구매에 지출…국민 불편 아랑곳 않고 사적 유용도

이미지 크게보기 한국도로공사 로고. 도로공사 홈페이지 캡처

한국도로공사 직영 주유소들이 지난해 ‘요소수 대란’으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요소수 공급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받아 마스크나 소파, 혈압계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군 비축 물량을 풀며 요소수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할때 공공기관인 도로공사 직영 주유소 직원들은 요소수 판매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일부 직원은 판매장려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해 내부 징계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돼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9일 국회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 직영 주유소 6곳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요소수 판매업체 A 사로부터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2582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은 온라인에서 물품을 살 수 있는 포인트와 금품 등 2가지 형태로 제공됐다. 각 주유소가 A 사로부터 요소수를 구입하면, A 사는 요소수 1ℓ당 20원을 포인트나 금품으로 되돌려 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주유소 6곳에 지급된 총 포인트는 2312만 원, 금품은 270만 원 어치로 집계됐다. 각 주유소는 해당 포인트를 이용해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A 사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에 따라 도로공사 직영 주유소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왔다.해당 지침은 납품업자가 대규모 유통업자에게 지급하는 경제적 이익을 판매장려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수를 납품하는 A 사가 유통업자인 주유소에 판매장려금을 주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주유소 별로 지급되는 포인트 사용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도로공사 직영 주유소는 지난해 10월 A 사로부터 받은 포인트로 121만 원 상당의 소파를 구입했다. 89만 원 상당의 디지털 자동전자 혈압계와 66만 원어치 견과류를 구매한 주유소도 있었다. 한 주유소는 지난해 5월 76만 원 상당의 세탁기를, 또 다른 주유소는 지난해 8월 쿨토시 17만 원어치를 사적 용도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들 중 한 주유소는 공사 회계기준에 따라 수익처리도 하지 않고 휴게소 자체 기금을 조성, 9차례에 걸쳐 64만7300원을 유용하고도 지출 내역을 증빙하지 못해 지역본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유경준 의원은 "판촉지원금은 결국 요소수 가격에 더해져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라며 "판촉지원금 대신 가격을 인하하거나 화물차 고객의 안전 운전을 위한 생수 1병으로 더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