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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최민지 지음│모래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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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에는 가름끈이 있고 서사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아드리앵 파를랑주의 ‘리본’에서 노란 가름끈이 체조선수의 리본이었다면 최민지의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이야’에서 빨간 가름끈은 걱정에 파묻혀 있던 주인공이 책의 나라로 올라가는 동아줄이 된다. 살다 보면 위기의 순간이 있고 책 덕분에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작품에서도 책은 우리를 구하는 소중한 동아줄이라고 말한다.

‘문어 목욕탕’에 뛰어들어 바다 밑을 헤엄쳤거나 ‘마법의 방방’에 올라 우주를 다녀왔던 최민지의 어린이는 이번에 긴 줄을 탄다. 책 속에서 나온 친구는 팔다리가 길었으며, 온몸이 글자로 되어 있었다. 이응으로 된 눈, 기역으로 된 코, 물음표로 된 귀를 가진 친구와 주인공은 책나라에서 모험한다. 그 모험은 ‘상상의 맛’을 알려주기도 하고 ‘뒤통수를 기분 나쁘게 쓰다듬는’ 경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두 사람은 책의 구조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읽기의 경험’이라는 동아줄을 내려보낸다. 1인의 모험이 만인의 환희가 되는 것은 최민지의 우주에서 자주 만났던 즐거움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벌어지는 짧은 모험에서 독자는 손보미, 정용준, 서이제, 김태용의 소설을 비롯한 우리 문학의 텍스트들과 만난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의 일기가 그림으로 등장한다. 이 책은 글이 없지만 ‘물음표정’이나 ‘낮별’ 같은 소설 속의 낱말과 장면이 숨어서 빛나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어린이가 두고두고 읽을 문학을 미리 선물한다. 어느 소설이 책 안에서 친구의 머리카락이 되고 무릎이 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인용된 소설을 모두 읽어야 하니까, 이 책의 유쾌한 독해는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주인공의 손바닥에 놓인 마지막 암호를 풀 때까지는.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단서도 책 안에 있다. 64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