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장외 성명’발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오른쪽) 주유엔 미국대사가 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황준국(가운데) 주유엔 한국대사, 요시카와 모토히데 주유엔 일본대사와 함께 지난 4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을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긴급소집 안보리 또 빈손 종료

중·러 “한미 훈련 탓” 책임 전가
미 국무장관 등 “대응조치 강화” 경고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일본을 지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이틀에 한 번꼴로 반복되는 북한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5일(현지시간)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또 결론 없이 막을 내렸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면서 추가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중국·러시아는 이번에도 “북한 도발이 미국 탓”이라고 주장해 유엔이 둘로 갈라졌다. 한·미·일 등 11개국은 안보리 회의 직후 북한 도발을 규탄하고 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별도의 공동성명을 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관련 긴급회의에서 “(지난 5월) 상임이사국 2곳(중·러)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았다”며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고 비판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 역시 “북한은 올해에만 탄도미사일 39발을 발사했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모두가 알듯 북한은 이사회 두 회원국의 보호 장벽을 누려왔다. 이 두 국가는 북한의 반복된 도발을 정당화하고 제재를 갱신하려는 모든 노력을 막으려 애써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 러시아는 미국에 비난을 돌렸다.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역내 일련의 연합군사훈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북한의 불안이 고조된 것은 미국 등이 자주 군사훈련을 하고 이른바 전략자산을 배치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재개했다”며 “핵을 포함한 억제수단을 한반도와 역내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냈다”고 주장했다.

안보리는 각국 대표들의 공개발언 후 비공개회의로 전환해 북한 문제를 추가 논의했으나 중·러의 반대로 결과물 없이 회의를 끝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인도, 브라질, 알바니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등 11개국은 회의 종료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도발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위협을 제기한다”며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이 북한 불법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촉구하는 데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칠레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위험하고 무모하게 발사한 것을 강력 규탄한다”며 “도발을 지속한다면 비난과 고립, 대응조치만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인도·태평양에서의 안보 우려를 최우선과제로 삼아왔다.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계속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