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농업 인력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을 신규 육성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임천리 경남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교육형 온실에서 청년창업보육센터 1기생 청년 농부들이 빨갛게 익은 딸기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청년농 5년내 3만명 육성

기업자본 농업에 유입 안돼
인프라 개선·스마트화 더뎌
LG CNS단지 아직 허허벌판
野 양곡관리법도 발목 잡아

전문가 “규제 전면개선 없인
정책 목표 숫자놀음에 불과”

윤석열 정부가 ‘청년농 3만 명 육성’과 ‘스마트농업 확대’를 내걸고 농업 분야 민간경제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규제완화가 없는 정책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여러 규제로 다 막아놓고 ‘영세농 보호’ 중심으로만 정책을 펼 경우 일련의 스마트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농업인구 감소를 넘어 ‘농촌 소멸’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농민단체의 반발에다 농촌 기반의 국회의원들 민원 때문에 규제개혁을 외면한다면 정부의 정책 목표는 숫자놀음에 불과할 것이란 의미다.

5일 대통령실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 인력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매년 5000여 명의 젊은 인재를 대상으로 창업 준비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전주기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하고 현재 시설원예·축사의 30%를 디지털 전환해 스마트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농업직불제 관련 규모를 5조 원으로 단계적 확대하는 계획 등 영세농의 생활 안정 방안도 내놓았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목표가 달성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민간 중심의 경제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농업·농촌 관련 규제 철폐·완화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본이 농촌으로 유입되지 않는 이상 정부의 지원금·보조금만으론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다. 일례로 농지소유와 관련해 낡은 ‘경자유전(經者有田)’ 원칙에 기반한 현행 농지법을 두고 기업의 농업 진출을 얘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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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농지 전용 등 농업외 활용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된 것일 뿐 여전히 ‘경작자’에 대한 규제는 유지되고 있다. 농업의 규모화와 농촌 내 농업 관련 산업육성을 위한 기업자본 유입이 이뤄질 때 자연스레 농촌 인프라 개선과 더불어 청년농 육성과 재래식 농업의 스마트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게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업의 생산 예측 시스템이 농업분야에 적용될 때 만성적인 수급불균형도 개선이 가능하다. 기업이 진출하는 곳에 일자리가 발생하고 청년들이 들어와 농업이 활성화되고 농촌 인프라도 개선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를 정부가 규제로 막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6년 농민단체들의 반발로 LG CNS의 새만금 산업단지의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 조성 계획이 철회된 사례는 농업 분야의 혁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농촌소멸, 소비자 식생활·식습관 변화,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등의 현실 앞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특정 품목 생산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정부가 붙들려 있는 상황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쌀농가만을 대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거대야당과 이를 달래기 위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넘쳐나는 쌀을 격리하는 정부의 조치는 당장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보’라는 윤 대통령의 공약 이행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 민간 농업연구기관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농지규제 완화는 농지임대차가 일반화되는 현실을 추인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농지소유 등 낡은 농업 분야 규제에 대한 전면적 개선 없이는 영세 소규모 자작동 체제의 고착화, 그리고 농촌 소멸의 가속화를 막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