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자료 분석

발행한도 91조서 29조로 감소
연말 발행누적액 70조 달할 듯

전력대금 지급 못하면 시장 붕괴
한전 ‘발행 한도 2배→8배’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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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조 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공사가 올 연말이면 회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의 두 배를 넘기게 돼 자금조달 목적의 회사채를 더 이상 발행하지 못하고 채무불이행에 빠질 상황인 것으로 진단됐다. 전력마비 상태를 방지하려면 사채 발행 한도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구자근(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사채 발행 한도가 지난해 말 91조8000억 원에서 올해 말 29조400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사채 발행 누적액은 지난해 38조1000억 원에서 올해 70조 원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 연말이면 사채 발행액이 발행 한도를 웃돌며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대규모 적자 상태에서 한전이 내년 3월 2022년 결산을 완료하면 사채 발행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삭감되며 발행 한도가 하향 조정된다. 이 경우 발행액이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더는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은 지금의 전기요금 체계가 유지되면 내년 말에는 사채 발행 한도가 6조4000억 원까지 줄고 발행 누적액은 11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 구매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판매 가격은 그만큼 인상되지 않아 올해 30조 원 정도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상반기 전력 구매 가격은 kWh당 169원인데 판매단가는 110원으로 59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부족 자금의 90% 이상을 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한전이 더는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상환할 수 없게 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전력 구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전력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전은 내년 사채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8배로 확대하는 방안과 기업의 경영 자율권 보장 차원에서 한도 초과 단서 조항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 등을 건의했다.

구 의원은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전법 개정을 통한 사채 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법 개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2배에서 5배로 상향 조정하는 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