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 내년 상반기 시작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난치암 생존율 향상 기대"


현재까지 방사선 암 치료기 중 최고로 평가받는 ‘중입자 치료기’가 이르면 내년 3월 말 국내에서 처음 가동될 전망이다. 탄소 원자를 가속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의 중입자치료기는 수소 입자를 가속하는 양성자 치료기보다 치료성적이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현재 건설 중인 중입자치료센터가 장비 측면에서는 99% 도입이 완료돼 마무리 공사와 시험가동 등을 거쳐 내년 3월 말 또는 4월 가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해지면 치료가 어려운 고형암(암세포가 덩어리로 자라난 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시설은 일본과 독일 등에 10여 곳에 불과해 치료를 원할 경우 1억~2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해외원정 치료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 입자가속기. 연세의료원제공

■암세포만 정확히 타격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암세포에 쬐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重粒子) 치료는 탄소와 같이 무거운 입자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탄소 입자는 양성자 치료기에서 사용하는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워 더 큰 힘으로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 탄소입자를 사용한 중입자 치료는 초당 10억 개의 탄소입자가 암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 살상 능력은 X선보다 12배, 양성자보다 3.2배나 강하다. 또 중입자 치료는 양성자 치료나 기타 X선 치료와 달리 암세포 외의 주변 조직에 입자가 흩어지지 않아,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왔던 부작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다. 학술지 네이처는 ‘중입자치료기를 암세포를 파괴하는 명사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모든 암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 중입자는 주로 폐암, 간암, 췌장암, 두경부암, 골육종암, 전립샘암 등 고형암에 대한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암 환자에 대한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로 짧고, 치료 후 바로 귀가할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갠트리 (1) ▲연세의료원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국내 순차 도입

중입자 치료기는 현재 세계 6개 국가(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10여 개 시설에서만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치료센터를 건설중인 연세의료원이 가장 먼저 들여온다. 또 서울대병원이 부산 기장군에 2027년을 목표로 중입자 치료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대병원도 제주도에 중입자 치료시설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중 가장 먼저 도입되는 연세의료원의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로 구성돼 있다. 회전형의 경우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쬐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의 암세포를 목표로 할 수 있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윤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암은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지만, 특히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에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면서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중입자 치료 시설이 완공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를 거쳐 치료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의 앞선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 치료비도 수천만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고정형 중입자 치료실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