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재수 끝에 민선 8기 광주시장에 당선된 강기정 시장에게는 ‘열혈 학생운동가’ ‘586을 대표하는 중진 정치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런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지만 그는 의외로 어린 시절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섬마을 소년이었다. 1964년 ‘박치기왕’으로 잘 알려진 고 김일 선수의 고향인 전남 고흥군 금산면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광주 대동고 2학년이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접하면서 열혈 학생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강 시장은 전남대에 입학한 후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 싶어 학내 서클인 사회조사연구소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맞닥뜨린 박관현 열사의 사망 소식으로 그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민주화를 외치며 저항의 길을 걸었고 1985년 삼민투위원장을 맡아 전두환 정권 타도 투쟁을 하다 징역 8년을 선고받고 3년 7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청년 재야운동에 헌신하다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었으나 처음엔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강세지역인 광주 북구갑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낙선했다. 2년 뒤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도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열린우리당 바람이 분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39살의 젊은 나이에 금배지를 달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광주 북구갑에서만 18·19대까지 내리 3선 의원을 지내며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야당 의원 시절이던 2016년 일명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서 9번째 주자로 나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6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주위의 탈당 권유를 물리치고 끝까지 당을 지키는 원칙과 소신의 길을 걷기도 했다. 공천 배제 이후 그는 오히려 독일 유학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공부하는 등 정치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공부를 바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2017년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 수석본부장으로 인공지능(AI)과 달빛내륙철도, 한국에너지공과대 등 호남 공약을 기획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돼 최장수 정무수석을 지냈다. 강 시장은 3선 국회의원의 정치 경륜과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쌓은 국정 경험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강 시장은 “역사를 혁명했던 광주가 이제는 내 삶을 혁명하는 광주로 나아가야 한다. 정확한 방향과 속도로, 빛나는 기회도시를 당당하고 빠르게 열겠다”고 민선 8기 광주시장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