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양두구육은 이준석”
하태경 “강제축출 그만둬야”

리더십 혼란에 빠진 국민의힘 내에선 이준석 전 대표를 ‘손절’하고 가야 한다는 주장과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이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한 만큼, 30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 체제가 안정화되더라도 이 전 대표와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을 인용해 이 전 대표를 저격했다. 박 의원은 양두구육의 뜻풀이로 ‘앞에서는 ‘배나사’ 내걸고, 뒤로는 접대받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썼다.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줄임말인 배나사는 이 전 대표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설립했던 자원봉사 단체다.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제기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는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 배나사에 물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을 양두구육으로 표현했던 것에 빗대 이 전 대표를 역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가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 측과 이미 사이가 크게 벌어져 있어 더 이상 화학적 재결합이 어렵다는 주장도 많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끝까지 투쟁하며 세력을 키우겠지만, 우리는 전체적으로 이 전 대표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정 동력 복원과 민생 경제 안정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당 안정화가 시급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품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누가 강제로 쫓아내려고 하는데 방어 투쟁을 안 할 수 있느냐”며 “강제로 축출하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도 TBS 라디오에서 “6개월 중징계를 받고 직무정지가 된 당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하는 것은 국민도, 당을 아끼는 당원들도 크게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SNS에 영화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과 함께 ‘오늘 우리는 싸운다’는 대사를 올렸던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엔 글을 남기지 않고 침묵을 이어갔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