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30일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의 내홍 수습 및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려고 회의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權 “새 비대위 외엔 대안 없어
의결 준수하는게 정당의 책무”

“새 원내대표가 사태 수습해야”
조경태 등 중진의원 강력반발

국민의힘이 30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논의에 들어갔지만 일부 의원들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공개 반발했다. 지도부는 이날 의총을 시작으로 새로운 비대위 출범의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의총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거취와 당 정상화 방안을 놓고 이견이 쏟아져 내홍이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 모두발언에서 “현 위기는 당 대표 징계 사태와 당헌·당규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결합됐기 때문”이라며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새 비대위 출범 말고 대안은 없고, 최고위원회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새 비대위는 의총을 통해 우리 스스로 의결한 것”이라며 “자신의 결의를 자신이 준수하는 게 정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 원내대표의 선(先)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의총 회의장은 물론, 의총 전부터 제기됐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서 “새 원내대표를 일주일이면 뽑을 수 있다”며 “사태를 수습할 권한을 준다면 그건 새 원내대표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 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도 권 원내대표가 먼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의총 당일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에 대한) 재신임 여부는 이미 의총에서 결론이 나왔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날 의총에서 유상범 법률자문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조건을 적시한 당헌 96조에서 ‘비상상황’이라는 표현을 빼고 보다 구체적인 비대위 출범 조건을 명시한 개정안을 내놨다. 법원이 당의 ‘비상상황’을 인정하지 않아 ‘주호영 비대위’가 무력화된 만큼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고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요건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다. 한 비대위원은 “지금 최고위로 원상복귀할 방법은 없다”며 “권 원내대표가 수습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과 권 원내대표의 거취가 별도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며 “당헌 개정을 통한 비대위 출범과 새 원내대표 선출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 결정에 따른 지도부 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석 전까지 새로운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