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靑 대변인 출신 고 의원, “국정농단 당시
‘기밀유출’ 비서관 구속된 바 있어” 고강도 비판
민주당 “석달 된 정부, 국기문란·국정농단 우려”

이미지 크게보기 고민정(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이 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것에 관해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며 강력 비판했다. 또 민주당 측은 이번 사안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 의원은 이날 오후 SNS에 올린 글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통령의 연설문이 최순실 씨에게 전달돼 ‘기밀유출’로 정호성 부속비서관이 구속된 바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고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대해 “이미 민간인 수행원의 정상외교 개입사건 때에도 국가기밀이 함부로 다뤄졌던 바가 있었다”며 “당시에도 비밀서약서에 준하는 절차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서류제출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대통령실은 해당 문서의 존재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고 의원은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을 가벼이 넘겨선 안된다”며 “경위를 파악해 유출자에 대한 징계조치는 물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일정을 대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인지 참담하다”며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국기문란 사고”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무능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이 책임지는 사람 없이 굴러가고 있는 것 아닌가 의문을 제기한다”며 “고작 석 달 된 정부에서 벌써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대외비로 취급되는 윤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김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유출돼 대통령 경호 및 보안상 헛점이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에 올라온 게시물에 한 이용자가 댓글로 윤 대통령의 오는 26일로 예정된 지역 방문 일정을 공개한 것이다.

해당 이용자는 “공지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 26일 12시 방문입니다”라며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립니다. 공용 주차장으로 오세요”라고 댓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의 방문 일시와 장소, 집결 장소까지 정확하게 기재됐다.

통상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경호상 이유로 인해 행사 종료 시까지 일정 자체가 비공개(경호 엠바고) 된다. 대통령실은 앞서 출입기자단에 경호 엠바고를 걸고 지역 일정 중 ‘현장 방문’이 이뤄진다고 공지했으나 구체적 장소는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유출 내용은 기자단에 사전 공지된 개략적인 일정보다 더 세부적인 내용이 담긴 것이었다.

김 여사 팬클럽이 보안 관련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내외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이튿날 ‘건희사랑’에 올라왔다. 대통령 집무실은 사전 허가 없이 촬영이 제한되는 보안 구역이다. 이 곳에서 찍힌 사진이 대통령실 공식 공보라인이 아닌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되며 보안 규정 위반 의혹이 일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