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저장소 등 인프라 정비를”

이미지 크게보기 9일 오전 강남역 인근인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역이 또다시 물에 잠겼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의 고질적인 침수 지역으로 최근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침수 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화한 기후에 맞춰 관련 인프라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누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8일 오후 8시쯤에는 강남역 사거리 일대에서 하수가 역류하면서 도로와 차도가 물에 잠겼다. 서초구 우성아파트 사거리와 대치역 사거리 일대 도로도 침수돼 차량들이 반쯤 물에 잠겼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내 일부 매장과 삼성동 코엑스 내 매장에서도 누수가 발생했다.

강남지역에 피해가 극심했던 이유는 지형 자체가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구릉지이고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인 85㎜를 훌쩍 넘겨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역은 바로 옆 역인 역삼역보다 지대가 14m 낮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고인다. 또 반포천 상류부에서 통수능력(수리 시설이 물을 보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집중호우 시 물이 쉽게 한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시는 2015년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을 포함한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은 올해 6월 완공됐다. 하지만 강우 처리량은 시간당 95㎜로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를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변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빗물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홍수나 기상 관련 대책은 50년 주기에 맞춰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근 같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아진다고 하면 빗물 저장소의 용량을 늘리는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정비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