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리더십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미지 크게보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일 서울 중구 그룹 명동사옥에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 2030 비전을 선포하고 임직원들과 의미를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취임 직후 산불지역 현장行
피해 주민·소방대원들 지원
‘함께 행복한 금융’몸소 실천

고교졸업뒤 직장·대학 병행
남 앞 나서기 수줍어하지만
친근함 무기로 일하는 德將

자회사 CEO 중심 자율경영
퇴직연금 등 미래사업 육성
“ESG 금융 지속 확대” 밝혀

‘1000명의 임직원 이름을 기억하는 대표.’
지난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수식하는 여러 말 중 하나는 ‘사람 냄새’다. 충청영업그룹 대표 시절 소속 임직원 1000명의 이름은 물론 신상과 생일까지 모두 기억했다. 현장을 누구보다 많이 찾으려는 소통 의지가 몸에 밴 덕이다.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이라는 새 비전은 이런 바탕에서 나왔다. 함께하자는 의미의 함 회장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 사람 냄새 나는 ‘현장 중심’ 경영철학 = 함 회장의 별명 중 하나인 ‘시골 촌놈’도 맥락을 같이한다. 시골 사람 같은 푸근한 인상으로 타인에게 편안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게 현장에서 익힌 삶의 자세다. 좌우명도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의 마음’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함영주(오른쪽)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8일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 현장을 방문해 소방대원에게 커피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취임 당일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화려한 취임식 대신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찾았다. 취임 후 함 회장이 처음 찾은 장소는 다름 아닌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 현장’이었다. “동해안 지역에 큰 산불 피해가 발생해 이들 지역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설명이다. 취임식에 쓰일 비용도 힘든 사람과 함께 나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취임식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룹 본점 사옥들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비·미화·시설·주차관리 등을 수행하고 있는 파견근로자에게 격려금으로 전달했다”며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그룹 미션의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함 회장은 이런 자세가 몸에 배게 한 분이 “어머니였다”고 소개한다. 함 회장은 “시골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하숙을 했었는데 어머니가 버스를 세 번 갈아타면서까지 쌀 일곱 말을 직접 들고 찾아오셨다”며 “예전엔 하숙비 대신 다른 것들로 지급이 가능했던 시절이었지만 농사짓는 어머니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들킬까 봐 부끄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됐는데 어머니는 직접 농사지은 쌀을 가져가면 아들이 먹을 수 있었기에 굳이 하숙비를 쌀로 가져오셨던 것”이라며 “좋은 밥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받고 자랐기에 같은 마음으로 직원들과 손님들을 섬겼다”며 “결국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 오늘날의 자리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밤낮으로 써 내려 간 ‘고졸 신화’ = 함 회장을 수식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고졸 신화’다. 1956년 충남 부여군 출신인 함 회장은 1950~1960년대 지방의 농사짓는 가정에서 자란 만큼 늘 부족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가 논산의 강경상고에 진학한 것도 조금이라도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몇 해 지나지 않아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 단국대 회계학과에서 수학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실천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학계에서 다진 이론이 합쳐지면서 함 회장의 금융권 내공은 탄탄하게 쌓여갔다. 여기에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까지 더해지면서 대졸 사원을 압도하는 영업 성과를 내,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됐다.

‘미스 함’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남 앞에 나서기를 수줍어하고, 웃을 때도 입을 가리고 웃어 붙은 별명이라는 게 함 회장의 설명이다. “그 시절이 어쩌면 나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챙기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자기를 많이 낮추는 스타일이다. 후배들을 다그치기보다는 자신이 솔선수범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덕장(德將) 스타일의 임원이었다”고 함 회장을 설명했다.

또 다른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시간이 나면 후배들과 등산과 조깅을 하고, 땀 흘리면서 함께 대화하는 리더십을 보였다”며 “임원인데도 동네 형처럼 행동해 대화 상대에게 편안함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ESG 경영 박차 = 여러 사람과 함께하자는 함 회장의 철학은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등장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통한다. 함 회장은 공시·심사 등 ESG 금융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저탄소·친환경 사업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어린이집 건립, 다문화가정 지원과 같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이어가면서 자회사 CEO 중심의 철저한 자율책임경영 역시 강화한다.

스포츠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금융스포츠단을 중심으로 그룹의 스포츠 사업 전반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고객과 만남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도 추구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특히 축구 사랑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1998년 대한축구협회 공식후원은행을 시작으로 축구대표팀, K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인수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스포츠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2020년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한 결과 현재 K리그2(2부 리그) 팀 중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은 구단으로 거듭났다. 팀 실적도 하나금융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2부 리그 11개 팀 중 현재 3위를 기록, 1부 리그 승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꾸준한 축구 사랑은 스포츠 마케팅으로 이어져 빛을 발했다. 특히 2018년부터 모델 계약을 지속해 온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등극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은 고객과 더 많은 접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골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의 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하고 2019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를 후원해오고 있다. 골프단도 쟁쟁하고, 멤버들의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이민지(호주 국가대표), 패티 타와타나낏(태국 국가대표), 리디아 고(뉴질랜드 국가대표), 짜라위 분짠(태국·세계 아마추어 골프 랭킹 14위 기록) 등 11명의 여자 골프 선수단과 함정우, 한승수, 박은신 등 7명의 남자 골프 선수단을 갖췄다. 선수단에 아낌없이 후원한 결과 올해에만 이승민, 이민지, 리디아 고, 박은신, 아타야 티띠꾼(태국), 박상현 등 6명이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자폐성 발달장애 3급인 이승민 선수가 최근 장애인 US오픈에서 초대 우승을 이뤄낸 것은 하나금융이 2016년부터 꾸준히 후원해온 값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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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 = 함 회장은 새 비전으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발표했다. 이전 비전인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세운 지 8년 만이다. 40년 만에 돌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더해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비전을 정립해 성공적으로 대내외에 선포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그룹의 미션은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올해는 청년과 소외계층 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SK텔레콤과 금융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취약계층, 사회적 기업, 청년 스타트업, 청소년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ESG 생태계를 구축하고, 양사의 금융·ICT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956년 충남 부여 출생 △강경상고 △단국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서울은행 입행(1980년)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하나은행 부행장보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KEB하나은행 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2016년) △2022년 하나금융그룹 회장

정선형 기자


■ 은행권 첫 연금사업본부 신설… 퇴직연금 수익률 1위

하나은행 작년 적립금 3.8조↑

고령화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연금 자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에서는 최선두를 달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 최초로 연금사업본부를 신설, 선제적으로 관련 사업에 매진해오도록 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 경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확정급여형(DB) 수익률 1위(1.36%)·확정기여형(DC) 수익률 1위(2.12%)·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 1위(2.72%)를 기록하는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올 1분기에도 DB 부문 수익률 1위(1.40%)·DC 부문 수익률 1위(1.09%)를 달성하는 등 은행권 수익률 전체 1위(1.07%)를 수성했다.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이 같은 양호한 수익률에 힘입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조85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은행권 적립금 순증 1위를 달성한 것으로, 3년 연속 20% 이상 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및 그룹 부회장 재직 시절부터 일찌감치 연금자산 증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은행장 재직시절인 2018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시장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토록 했다. 급속한 고령화 및 100세 시대를 맞아 연금·은퇴·신탁 사업 부문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 지원을 위해 은행권 최초로 연금사업부와 은퇴설계로 구성된 연금사업본부를 신설토록 했다. 또 하나금융투자 등 관계사들과 퇴직연금 사업과 관련해 원활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초석도 마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선제적인 노력 덕분에 하나은행은 수익률관리시스템을 개발, 고객의 상품 수익률을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자산관리 기법을 퇴직연금에 접목해 개인별로 맞춤형 관리와 포트폴리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2021년 11월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그간 증권사에서만 가능했던 투자방법을 은행권 최초로 적용하면서 퇴직연금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아울러 안전자산 선호 고객을 위해 올 3월에는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원금보존추구형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내놓는 등 파격적인 신상품을 선보이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