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과천분원에서 열린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장관’ 주문에 세종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지시사항’인 만큼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만, 이미 인지도가 높거나 현안이 많아 노출이 잦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장관의 ‘셀럽’ (Celeb·유명인) 등극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알고 있어서다.

A부처에서는 ‘파파라치가 따라붙는 장관’을 만들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마치 인기 연예인들에게 파파라치가 사진기를 들이밀듯 정책 홍보 스타 장관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도록 하고, 참신한 전달 방법도 찾아보기로 했다. 이미 대중에게 상당한 존재감이 있는 B부처 장관은 “스타장관은 스타 실·국장에서부터 만들어진다”며 간부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스타장관 발언이 정책 홍보와 소통을 강화하라는 취지라지만 기존 정부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정책을 설명하거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남기는 등 SNS을 통한 홍보 활동이 지난 정부에서 봇물을 이뤘다. 거의 모든 부처가 복수의 홍보용 SNS를 운영했고 홈쇼핑에 나와 물건을 판 장관들도 있었다. 하지만 팬덤은커녕 국민 머릿속에 이름이라도 남긴 장관은 손가락에 꼽힌다. 불공정 논란을 불러온 소위 ‘조국사태’ 주인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동산 가격 급등기 국토교통부를 이끈 김현미 전 장관 정도다. 오히려 당시 검찰총장과 검사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현 법무부 장관이 지난 정부에 반기를 들며 스타덤에 올랐다.

다소 고루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의 이번 내각 장관들이 안 그래도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인식되는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장관이 직접 나서 정책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단 내실 있는 정책 구상에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언급대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스타CEO를 배출하고 기업 가치가 높아진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제품 만족도가 떨어졌다면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타는 차치하고 장관이 없어 걱정인 부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다.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며 정책 마련 자체가 어려워졌다. 세종 관가에서는 “인재 발탁 시 친소 여부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용모·언변·문장력·판단력)처럼 객관적 기준을 따른다면 스타장관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