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귀순어민 사건 조사하라” 사단법인 물망초를 비롯한 북한인권단체, 탈북단체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 시기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보 자해행위’논란 확산

“나포 말고 北으로 쫓아내라”
NLL 월선 1년새 8배나 폭증
軍은 행동못하고 지켜보기만
신원식 “靑 입맛대로 軍작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선한 북한 선박과 인원에 대해 사실상 ‘나포금지령’에 해당하는 비밀 매뉴얼을 주무부서인 합동참모본부를 배제하고 작성한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 어선 조업을 늘린 북한 측이 NLL 월선에 따른 나포를 막기 위해 정부 측에 요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국정원이 군을 배제한 채 군 작전 관련 매뉴얼을 작성하고 지시한 과정에 위법은 없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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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부위원장 신원식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2018년 10월 ‘기관고장, 항로착오로 NLL을 월선한 선박은 나포하지 말고 돌려보내라’는 내용의 ‘우리 관할 수역 내 북한 선박·인원 발견 시 대응 매뉴얼’을 작성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과 청와대는 이 매뉴얼 작성 시 합참을 배제했으며 매뉴얼 준수를 군에 압박했다. 심지어 군이 대공 용의점이 있는 북한 선박을 발견해 상부에 보고하고 나포한 사건에 대해 실무진인 합참 정보·작전 라인 과장급 3~4명을 청와대로 소환해 조사한 것은 몰론, 군 서열 1위인 박한기 당시 합참의장도 불러서 조사했다. 특히 청와대의 군에 대한 매뉴얼 준수 지시 등은 대부분 전화로 이뤄져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정원 매뉴얼 작성을 계기로 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 퇴거조치는 유인어선의 경우 8배 이상 급증,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제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이 신 의원 측에 제출한 ‘2015∼2021 북한 선박 NLL 월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오징어 성어기 중 NLL 이남에서 발견된 불법조업 북한 어선을 해군·해경 함정이 NLL 이북으로 퇴거조치한 유인어선은 2017년 20여 척, 2018년 50여 척에 불과했으나 2019년 390여 척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군 소식통은 “북한이 2018년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해 어획량 확보경쟁 등 경제총력전을 전개, 동해 원해의 대화퇴어장 등 조업이 늘어나는 바람에 NLL을 월선하는 북한 어선이 급증한 상황에서 북측 요청으로 대응 매뉴얼이 개정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안보실이 2019년 6월 15일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직후 다시 한 번 작전 주관기관인 합참을 배제한 채 국정원 대응 매뉴얼에서 ‘나포’를 ‘송환’으로, ‘지역·중앙합동조사’를 ‘현장 조사’ 등으로 개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보실은 같은 해 11월 전면개정을 완료했다. 청와대는 개정 완료 전까지 변경 예정인 지침을 적용하라는 지시도 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합참 작전 본부장을 지낸 신 의원은 “군 작전을 청와대 입맛대로 요리한 것”이라며 “월선한 북한 어선을 나포하지 말고 무조건 북으로 돌려보내라는 압박으로,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 고위관계자도 “합참의 북한 선박 대응 관련 작전예규가 어떤 절차를 거쳐 변경됐는지 청와대 지시공문 하달 등 변경 근거에 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