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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경제부장

발사체·위성 7强에 진입 쾌거
달 탐사와 深우주 진출 성패는
핵추진 발사체 초격차가 좌우

韓 원자력 기술은 세계수준급
1400兆 우주시장 공략하려면
핵로켓·RTG·핵발전이 관건

오는 8월 3일 오전 8시 24분,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달을 향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난 다누리는 발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 8일 도착했다. 한 달 동안 준비 과정을 거친 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우주로 진입하면 달까지 4개월 여정이 시작된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이어 성능검증위성과 큐브위성 역시 목표를 달성했다.

발사체와 위성을 독자기술로 쏘아 올린 한국은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나 갈 길은 한없이 멀다. 당장 6위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우주선진국의 기존 기술을 뒤좇는 식으로는 추월은커녕 실익도 없이 7위라는 등수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앞선 초격차를 목표로 특단의 대책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원자력 생태계가 살아나고 도약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은 천만다행이다. 한국은 핵분열과 핵융합의 원자력 기술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노려볼 수 있고, 몇 가지 국제규범 문제만 해결되면 날개를 달 수도 있다.

원자력은 우주력(Space Power)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6일 강조한 우주 경제 비전에는 이를 융합하는 정교한 전략이 구체화돼야 한다. 항공우주청에 헤드쿼터 역할을 맡긴 뒤 중장기 프로젝트를 보다 치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우주 개발은 정부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우주원자력은 경제·안보·기초과학·첨단기술을 하나로 엮는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더 빨리, 더 가볍게, 더 멀리, 더 적은 비용으로 우주로 갈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미 백악관이 2020년 12월 발표한 ‘우주정책지침 6호(SPD-6)’는 우주 원자력 발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나사와 미 정부기관에 핵 추진 우주선 개발뿐 아니라 달·화성에서 사용할 핵분열 발전시스템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화성까지 7개월 걸리는 액체·고체로켓 방식으로는 추진력을 높이기 어렵다. 이제 3개월로 당길 수 있는 핵 추진 발사체 연구가 본격화됐다.

누리호 발사 역량만으로는 시장 진입도 여의치 않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저궤도에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만 벌써 1740개다. 2027년까지 1만2000개 위성을 통해 전 세계 우주인터넷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2021년 1월 24일 펠컨9은 143개의 위성을 한 번에 싣고 가 30분간 차례차례 우주로 쏟아냈다. 발사비용도 ㎏당 약 575만 원에 불과하고 재활용도 가능하다.

누리호 고도화로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 바에는 핵 추진 발사체로 아예 수준을 높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정지궤도 3만5786㎞를 넘어선 추진력을 해결하고, 심(深)우주까지 진출할 수도 있다. 다누리 발사와 국제 유인우주탐사사업 아르테미스 동참을 넘어선 프로젝트다. 달과 화성 기지에서 사용할 소형 핵발전 시스템도 기대 품목이다. 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에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목성·토성을 지나 명왕성, 카이퍼벨트로 우주선을 보내려면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TG)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석유 드럼통 크기로 수십 년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달 뒷면이나 심우주에서는 태양 빛을 전혀 이용할 수 없다. 나사의 파이어니어, 보이저, 갈릴레오, 카시니, 뉴허라이즌스는 모두 플루토늄238을 이용한 RTG를 동력원으로 사용했다.

정부는 우주 선진국과 협력을 구축하는 동시에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 여론과 규제 개선을 주도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이 우주발사체에서 고체연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족쇄로 작용했던 한·미 미사일지침도 불과 2년 전인 2020년에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는가. 한국은 이제 액체뿐 아니라 고체 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발사체를 제한 없이 자유롭게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게 됐다. 로켓·위성·우주선·글로벌 통신(6G)·첨단소재·인공지능·로봇·사물인터넷이 어우러진 우주 시장은 2040년 1조1000억 달러(1400조 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어마어마한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면 인식 전환과 치밀한 전략이 필수다.